▲ 권성은(법무법인 전문 대표 변호사)

굴지의 기업이 하도급 대금을 부당하게 감액하거나 대금지급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는 뉴스를 적잖게 접하게 된다.

그냥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문제이다. 실제로 하도급 업체의 절반이 갑의 횡포에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공정위가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을 받은 수급사업자 10만개 업체를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 건이라도 법 위반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수급사업자가 49.1%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시 말해 하도급업체의 두곳 중 한곳은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의미이다. 

이와는 대조적인 또 다른 조사결과도 눈에 띈다. 공정위가 한달 후인 지난 12월 ‘2015년도 거래 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3800여개 하도급업체의 92.3%가 거래관행이 작년에 비해 개선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금 부당 감액 등 하도급 분야 불공정 행위가 작년보다 10.5%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두 조사 결과를 정리해 보면, 절반 이상이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응답했지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그나마 피해 정도가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해 부당하게 하도급대금을 감액시키거나 어음할인료나 지연이자 미지급으로 원사업자들은 이익을 챙기면서, 관련 하도급업체들은 피해를 입게 되는 사례들이 주변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정위는 이러한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전면에 나서 관리 및 감독을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속적인 사업 파트너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2005년 신고포상금제가 도입되면서 위법행위로 인한 원사업자의 리스크 부담도 가중된 상황이기는 하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대금 미지급 등 ‘갑의 횡포’에 대한 견제장치로 어느 정도 작용돼 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이것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역부족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불공정 행위 적발 시 처벌을 보다 강화해 사후관리하고 감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실제로 2013년에 하도급법을 개정해 대금 부당 감액, 부당 반품, 부당 위탁취소에 대해 3배 손해배상제를 적용했고, 2014년에는 특약 설정 행위를 금지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졌다.

따라서 원사업자가 더 이상 불공정행위를 취하지 않도록 현재 수준보다도 더 체계적이고 엄중한 법적 규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문제가 제기되면 원사업자는 미지급 지연이자를 지급하거나 부당히 감액한 하도급대금을 보전해 주는 등으로 위반행위를 사후 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통상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을 받지 않거나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처벌받게 되는데, 이는 문제가 되면 사후에 시정하면 된다라는 인식으로 이어져 위법행위 예방에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지양돼야 한다.  

문제를 제기한 중소 하도급업체에 원사업자가 보복 조치하는 일도 차단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감독해야 한다. 또한 하도급거래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 하도록 규정해, 서면미교부로 인한 불공정행위가 발생되지 않도록 막는 것도 중요하다. 감독 관리와 함께 원사업자를 대상으로 상생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