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새해가 밝자마자 대형 악재가 터진다. 중동의 불안과 중국의 저성장, 북한의 ‘수폭 기습’까지 겹쳐 경제에 모든 걸 걸어야하는 우리의 앞길을 막고 있다. 더욱이 총선을 앞둔 정국에서 정치쟁점이 경제를 압도한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말하고 전진해야 한다. 풀어야 할 과제를 분명히 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게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조건이다. 

2016년이 되자 모두들 병신년 원숭이해가 떴다고 한다. 1월1일 출생한 아이는 원숭이띠가 아니다. 진짜 원숭이해는 2월이 돼야 온다. 그런데도 모두 병신년이 왔다고 하는 건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헷갈림이다.

경제정책 방향은 이와 같이 헷갈리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목표는 분명해야한다. 시급한 건 성장 동력 가동과 일자리 창출이다.

지난해 성장률 2.7%, 지난 5년 간 연평균성장률 2.8%는 저성장이 고착화돼있다는 걸 말해준다. 성장 동력을 가동시켜야 할 이유다. 주력산업의 경쟁력은 흔들리고 있다. 기술에서도 중국에 추격당할 위기를 맞고 있고 제조업 경쟁력은 5년 후 인도에도 밀린다는 분석도 있다. 

연이은 대형악재에 경제 ‘흔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경제정책에 있어 타이밍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 노동개혁법안과 경제활성화법안 통과를 외면하고 지연시킨 19대 국회의원들에게 유권자는 책임을 물어야한다.

노동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은 확대하려던 투자계획을 다시 짤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날 리가 있겠는가.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값도 비싸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높은 게 문제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조직된 노동자들은 고비용 구조를 만들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용불안을 유발한다.

‘3% 민노총’은 노동계를 대변한다며 “기업은 적”이라고 외치고 ‘비정규직 보호’를 내세우며 기득권 지키기 노조라는 국민의 비난을 벗어나려는 꼼수를 부린다. 중소기업의 임금이 20년 전 대기업의 77% 수준이었던 것이 이제 56% 수준으로 떨어졌다. 취업난 속에서도 중소기업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다. 

대기업이 노조에 밀려 임금을 올리면 그 부담을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깎아 메운다. “대기업이 노조와 임금협상을 벌리고 잔치할 때 협력사는 뒤에서 운다”는 중소기업인의 목소리는 이런 사정을 말해준다. 

도전과 혁신이 새해 과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노동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동개혁도 하지 않고 청년실업 해소와 중소기업 성장을 말하는 건 알맹이 없는 구호나 다름없다. 중소기업 스스로도 혁신에 나서야한다.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국제 경쟁을 생각해야한다. 어떤 업종이 잘 된다고 하면 너도나도 모방하고 출혈 경쟁하는 습성부터 고쳐야한다. 

세계 400대 부자 중 65%가 자수성가형 부자다. 한국은 400위 안에 든 5명 모두 상속형 부자다. 창업가정신의 쇠퇴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속형 부자를 낮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 수성(守成)은 창업보다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살리려면 청년들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환경과 지원제도를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창업에 나서 신흥부자가 나오고 경제가 활기를 띨 수 있다.

언제까지 실리콘밸리를 들먹이고 외국의 신흥부자들 이야기만 하고 있을 건가. 어려운 여건을 뚫고 기업을 일궈낸 1세대 창업자들의 출발은 중소기업이었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수저색깔 타령만 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샘솟을 수 없다.

흙수저 들고 태어나서 금수저 인생을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도전과 혁신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2016년의 과제여야 한다. 국내외 환경이 어려울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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