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시청(한국전등기구LED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요즘 중소 제조업체들의 눈과 귀는 온통 중소기업청을 향해 쏠려있다. 내년부터 3년간 적용할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작업이 중기청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공공조달 시장에서만이라도 중소제조업체들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장 큰 반대세력은 대기업들이다. 게다가 올해는 중견기업과 건설업체까지 나서서 다양한 방식으로 훼방을 놓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들은 공공조달시장도 대기업이 주도해야 해당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왔다.

그러면서 일반 중고생도 조립이 가능한 데스크탑 PC에 이어 중소기업들이 새롭게 개발한 전자칠판까지도 자신들이 참여하지 못하니까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올해도 이들 제품의 지정을 반대하고 있다.

이제는 자신들의 브랜드 PC를 OEM으로 제조해오던 중소기업들도 살아야 하니까 대기업들이 조달시장에 참여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생산인력과 시설도 갖추고 있지 않으면서 브랜드 파워만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하청기업화 시키겠다는 주장을 너무도 당당히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중견기업들의 주장은 더 당당하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더니 중소기업 시절 받아오던 판로지원 혜택을 더 이상 못 받게 돼 다시 중소기업으로 돌아갈 위기이므로 중견기업도 중소기업 시장에 들어갈 수 있게 제품 지정을 대폭 축소해야한다고 정부를 압박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중소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우수한 기업이므로 그 동안의 중소기업 정책과는 차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래서 중견기업법까지 만들어졌음에도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폐지대상 규제라고 주장하며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건설업체들의 요구는 중소제조업체들을 한층 더 어이없게 만든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로 인해 공사에 쓰이는 주요 자재들을 공공기관들이 직접 사주니까 현장 자재관리가 잘 안되고 하자발생 시에도 책임소재가 모호해진다는 이유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공사를 통째로 수주해서 필요에 따라 자재업체를 손쉽게 선정해왔고 하자가 발생해도 시끄럽지 않게 잘 처리돼 왔었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자재업체를 선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납품시기 변경이 어렵고 하자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주장은 그동안 부당하도급 관행이 얼마나 심각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뿐이다. 자재납품업체들을 마음대로 선정하면서 수주가격에도 턱없이 모자라게 납품하라고 강요해왔고 거래를 지속하려면 군말 없이 하자를 처리하도록 강요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소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을 비롯한 중견기업이나 건설사들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할 필요성까지 느끼지 못하지만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이들의 주장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를 우려하고 있다. 

기업 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가장 중시하는 미국도 중소기업이 생산 가능한 제품에 대해서는 연방정부 공무원이 직접 나서 일일이 계약 건을 분할하고 영세 중소기업들에 수주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최소한의 중소기업 판로지원제도마저 폐지대상 규제로 몰아가는 현실에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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