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택(대진실업 대표)

삶은 흥미로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가지는 자신임을 상대방에게 보여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푹 빠지면 나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혁신을 자연스럽게 발현할 수 있다. 혁신을 통해 내가 감탄하고 혁신을 통해 누군가로부터 감탄 받을 수 있다. 인간의 본질적 욕구인 감탄 있는 혁신은 정보와 정보를 융합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담긴 제품을 만드는 힘이 된다.

새로운 제품 창출력은 새로움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온다.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바꾸려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의 마음, 소비자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배려이고 혁신의 발로가 된다. 세상 모든 혁신도 결국엔 통한다. 언제 어디서나 혁신이 나올 수 있다.

혁신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일본 기업을 보면 부엌칼 생산을 예술로 보는 아리츠구(有次), 이쑤시개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루야(さるや)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본 칼은 품질이 세계 제일이다. 칼등 부분의 연철과 칼날 부분의 강철을 잘 이어붙이는 노하우가 있다. 아리츠구(有次)의 칼은 강철의 강도가 스페인의 검보다 앞서 있으며, 유럽 최고인 독일의 쌍둥이 칼 헨켈(Henkel)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한자루의 칼에 마음과 정성을 다 바쳐 18대를 이어 온 4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아리츠구(有次)가 칼을 만들 때 깃들이는 정신은 두가지이다. 하나는 재료가 잘렸을 때에도 맛이 좋아야 한다. 다른 하나는 사용할 때 즐거우며 칼의 중량감이 어느 정도 느껴져야 한다.

채소는 칼에 의해 잘렸을 때 영양소가 파괴되는데 칼날이 예리할 경우 그렇지 않단다. 무딘 칼은 섬유질을 뭉개버리지만 예리한 칼은 섬유질에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영양소가 그대로 살아있다.

사루야(さるや)는 오직 이쑤시개 하나만을 전문적으로 팔아 8대 300년 이상을 버텨왔다. 이쑤시개를 기계로 만들면 표면이 거칠어 잇몸에 상처를 낼 수 있지만 20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가 손으로 직접 매끄럽게 가공처리한 이쑤시개는 그럴 염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쑤시개도 이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니, 그 물건도 누군가 사용하기 편리하고, 또 기왕이면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 한가지 물건에 목숨을 건다는 일본의 장인정신이 우리에게 여러 면을 시사하고 있다.

필자가 경영하는 대진실업(주)은 33년간 식품포장지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난해 명문장수 기업으로 선정됐다. 포장지 하면 그동안 보관이나 운반하기 편리하도록 설계됐지만 지금은 포장지를 보고 구매충동을 유발할 수 있도록 울림을 주는 제품을 생산하도록 설계되고 있어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혁신이 없으면 안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몽고간장을 비롯해 7개 밖에 없다. 기업의 역사가 견고한 일본이나 독일에 비해 아직 일천하지만 혁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진다면 장수기업이 더 많이 출현할 것으로 판단된다.

삶의 가장 궁극적인 경험이 우리에게 와 닿는 유일한 통로가 감탄이다. 자아성취 동기를 지닌다. 인간의 모든 행위 뒤에 숨겨져 있는 탄성을 자아내야 한다. 탄성이 사라지는 순간 재미와 흥미가 사라지고 인간이 지니는 욕구를 더 이상 충족할 수 없다.

생활 속에서 느낀 불편함을 바꾸려는 새로움의 추구는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시도에서 나온다. 사소한 것에도 혼과 넋을 담아 생명을 불어 넣으면 불편함을 해소하는 혁신이 일어나고 사업화의 바탕이 된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관찰하고 고민해 기업가 정신의 불씨를 살려보자. 꿈을 이루고 싶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을 자기가 원하는 일에 집중하며 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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