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시장경제체제가 발전할수록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자본주의 국가는 오래전부터 체제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법제도를 고안해 정착시켜 왔다.

예컨대 시장실패가 있을 경우 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비시장적 제도를 고안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장 경제는 발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우리정부는 이러한 혁신의 길을 거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경쟁의 촉진과 보호를 목적으로 제정됐지만 법 조항이 모든 것을 담보할 수 없는 탓에 예외적인 경우를 감안한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바로 제19조 담합금지 조항과 예외적인 허용이 그것이다. 담합행위 금지의 근본취지는 기업과 업종 및 산업 전체의 경쟁력약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담합행위가 초래하는 부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산업합리화 △연구·기술개발 △불황의 극복 △산업구조의 조정 △거래조건의 합리화 △중소기업의 경쟁력향상을 위한 담합행위는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즉, 시장 자율에 온전히 맡길 경우 오히려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담합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한다. 담합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하지만 대형 화학 비료업체의 16년간 농협 입찰가격 담합, 가전 3사의 시스템에어컨 및 TV 조달단가 담합, 소주 회사들의 출고가격 담합, 대표적 신용평가 4개사의 수수료 담합, 생명보험사들의 이자율 담합, 대형 건설사들의 주공아파트 대규모 입찰 담합 및 4대강 공사 입찰 담합 등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담합행위의 주체는 재벌그룹 소속회사들과 대기업 또는 시장 지배적 사업자다.

다시 말해 규모가 크지 않거나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기업들은 담합행위를 할 여건도 능력도 못 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의 확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은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들이 조기에 결실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정부와 민간이 시도하는 방안들이라 해도 기존의 것을 재시도하는 방식이라 창조적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구조적으로 현재의 비효율과 비정상을 초래한 제도가 완강히 존재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를 일순간에 바꾸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외려 충분한 준비 속에 공정거래법 담합 조항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즉,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담합 예외조항을 대폭 활성화 해 연구·기술개발을 증폭시키고 독일 등과 같이 공동구매 및 공동판매 등으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중소기업 영역으로부터 현재의 불황극복과 일자리의 확보 및 산업구조의 합리화 등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협상력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전자는 대체로 기업 내부요인이 더 많은 영향을 받지만 후자는 기업 외부요인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책당국은 중소기업이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미량의 독(毒)이 건강에 해롭지 않은 것처럼 법에서 허용하는 중소기업의 담합행위를 목적에 맞게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이 글은 8월23일자 디지털타임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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