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상용(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지난 2006년 중소기업협동조합의 단체수의계약제도가 없어진 후 동일업종별로 복수 조합승인이 가능하게 돼 지속적으로 협동조합이 설립되고 있다.

조합 통계에 의하면 연합회 25개, 전국조합 231개, 지방조합 341개, 사업조합 355개, 중소기업관련단체 32개를 포함해 총984개에 조합원수 88만9571명이다.

조합 수야 다다익선이므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규모의 경제를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신생조합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이 많을 것이다.

경제흐름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울리게 창조경제, 지식서비스, ICT,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생기는 것도 매우 좋은 일이다.

특히, 이를 통해 구성원들의 연령도 지금보다 훨씬 젊어져 창의성이 더해진다면, 그래서 중소기업중앙회 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성세대들과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여기에 최근 중기중앙회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청년 1+ 채용운동’등 중기중앙회 정책 전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젊어지고 활기차고, 희망 있는 중기중앙회,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오지 않은가?

하지만 최근 신설되고 있는 조합을 보면 이런 가슴 벅찬 기분보다는 씁쓸함이 느껴진다.

A조합의 경우, B조합 이사장 선거에서 패배한 후 유사 조합을 신설해 기존 조합이름을 약간 변형해 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기존 조합에 가입하든지 아니면 그 조합에서 활동을 하면 되는데 자존심인지 뭔지 도저히 그 선택은 못하는 이유가 있는가 보다. 이외에도 여타 사유로 기존 조합이 아닌 유사조합을 신설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단무지협동조합’이 있다고 치자. 이후 몇몇 뜻 있는(?) 사람들이 조합의 필요성을 느껴 ‘한국다꾸앙협동조합’을 만든다. 이후 또 다른 뜻 있는(?)사람들이 ‘한국노란무협동조합’을 만든다. 도대체 무슨 취지는 그리도 가지가지이고 목적하는 바는 그리도 원대한지 모르겠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취지든 목적이든 기존 조합에서 내세운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소위 카피를 했으니 차별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승인을 해주는 중소기업청에서도 이 사실은 알 것이다. 어쩔 수 없는 것은 공무원은 규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조직이기에 규정이 존재하는 한은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다는 것도 잘 안다.

규정이나 법규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기에 쉽지 않겠지만 뭔가의 대안은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신설되는 조합에서는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을 ‘기득권의 횡포’라고 항변할 수도 있다. 또 기존 조합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정책으로 자신들만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한다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관례들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좁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절한 경쟁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유지되고 지속되는 것은 세속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과 법칙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사분오열을 통해 분열되는 협동조합보다는 기존의 룰을 지켜가며 전체 이익을 위하는 협동조합의 위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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