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중호(칼럼니스트, 세종대·국립목포대 초빙교수)

공자(B.C.551∼479)는 중국 춘추시대 말기의 대사상가요 교육자이다. 흔히 유교의 창시자라고 말하나, 그는 이미 있던 것을 집대성한 것일 뿐 창시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세계 3대성인 중 예수나 석가처럼 종교화하지 않은 ‘가르침’이라는 키워드로 인간적인 위대한 스승인 셈이다.

그의 대표적인 가르침은 인(仁), 그 방법은 ‘극기복례(克己復禮)’라고 했다. 즉 ‘자기 자신을 이기고 예를 따르는 삶이 곧 인(仁)’이며, 그 수양을 위해 부모와 연장자를 공손하게 모시는 효제(孝悌)의 실천을 인(仁)의 출발점으로 봤다.

우리는 흔히 중국, 한국, 일본을 유교문화권이라고 말한다. 한자문화권까지는 그렇다하더라도, 유교문화권이라는 점에는 100% 동의하기 힘들다.

유교 즉 공자의 가르침이 생활보다 서책 속에 갇혀있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서책과 생활 속에 살아있는 나라가 있고, 애초 책이나 생활 속에도 없었거나 잘 안 보이는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유교의 본거지라지만 공자가 책 속에 갇혀 있다. 공자는 그들의 필요에 따라 살다 죽기를 반복했다. 공자의 동상은 파괴됐다가 복원되고, 다시 박물관의 구석으로 옮겨지는 등 수난의 반복이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에 패망하면서 칼을 접은 나라며, 그들은 손자병법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교본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에야 포로가 된 강항 등 조선 유학자들에게 성리학을 처음 배워, 칼의 무사들이 붓을 알게 되지만 땅따먹기의 쌈꾼기질은 여전하다. 일본에서의 유학은 본시 없었고 생활 속에도 잘 안 보이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책과 생활 속에도 공자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유일한 나라다. 중국에서는 한국드라마의 인기가 유별하다. 중국인 40대 이상 중·노년층에게 한류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를 물어보면, “가족 내에서 나이 든 사람이 존경받고, 여러 세대가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한다.

중국은 경제적 생존 문제를 해결했지만, 도덕의 붕괴라는 예상치 못한 후유증에 직면하고 있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사이의 각종 패륜이나, 거리에서 사고를 당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무관심은 뉴스가 아닐 정도라고 한다. 가족윤리와 사회도덕문제에 대한 중국인의 갈증을 한류드라마가 대신 채워주는 모양이다.

한편, 공자에게 드리는 유교 전통제례의식인 석전대제(釋奠大祭)도 한국에서만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공자 부활에 나선 것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공자의 고향인 산둥성 취푸에 있는 공묘(孔廟)가 크게 복원되고, 공자의 일대기 영화와 TV드라마, 천안문광장에 높이 9.5m나 되는 초대형 공자상 등 공자 띄우기가 대대적이다.

밖으로는 G2로서 중국의 문화적 파워를 알리고, 안으로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자리에 유교의 보편적 가치와 윤리관으로 사회 안정을 기하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석학 짐 데이토 하와이대 교수는 ‘21세기 인문가치 포럼’에서 놀랍게도 유교와 삼강오륜을 ‘미래 시대의 나침반’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학을 개척한 선구자인 노교수가 “서양의 개인주의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했지만 책임과 의무가 사라진 지금, 인류에 화합을 가르치는 유학이 필요한 때”라며 “권리는 지키되 상대를 존중하고 책임지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결혼하면 아내와 자식을 책임져야 하며, 권리와 동시에 의무와 책임도 지는 밸런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양의 물질문명은 넘치면 불행을 낳지만, 동양의 정신문화는 넘쳐도 부작용이 없다. 유교와 삼강오륜 등 동양의 기치가 미래인류의 밸런스와 화합의 삶에 기여할 수 있다는 바람직한 인식의 재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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