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던 사람이 감기몸살이라도 앓으면 큰 야단이라도 난 것처럼 걱정한다. 하지만 큰 병을 오랫동안 앓고 있는 사람은 죽는다고 아우성을 쳐도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으레 그러려니 하는 게 이런 경우다. 중소기업의 일손부족은 오래된 이야기다. 이제는 뉴스거리도 안 된다.
일손부족에 고통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방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주5일 근무제 실시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쳤다. 이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000인 이상 사업장은 주5일제를 2003년 7월까지 실시해야 하고 300인, 100인, 50인, 20인 이상의 사업장은 각각 1년씩의 터울을 두고 순차적으로 2007년 7월까지 실시해야 하며, 20인 미만 사업장은 2010년 이전까지 실시해야 한다. 경제사정을 돌아볼 필요도 없는 것인지 쫓기듯 스케줄을 짜고 있다.
정부안에 대해 양대노총은 3년 내 모든 사업장에서 전면 실시를 주장하며 총파업의사를 밝혔고, 경제5단체도 법안의 수정·보완 없이는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며 강행하려고 한다. 주5일제를 개혁으로 착각한 때문인가.
준비 안 된 의료개혁을 실시한 결과 얼마나 많은 고통을 국민들에게 안겨 줬는가. 그런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 다른 실패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주5일제 너무 서두른다
필자는 주5일제를 실시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이 제도는 도입돼야 마땅하고 여건이 허락하면 주4일제 도입인들 못할 게 없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남이 한다고 섣불리 따라할 일은 더욱 아니다. 실제 근로시간이 주40시간에 근접할 때 이 문제를 접근해야 옳다.
경제여건만 따지면 언제 시행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지 모르나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제도를 서둘러 도입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주5일제를 찬성하면 근로자 편, 신중론을 펴면 사용자편이라는 시각도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이러한 2분법적 사고는 위험하다. 국민의 편은 없는가.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게 있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의 권익과 삶의 질은 보장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주5일제 조기확산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려 하고 있다.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일정을 앞당겨 제도를 일찍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정부는 인건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도 산다
인력을 새로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 6개월간 1인당 60만원을 지원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고용보험기금에서 1000억 원의 예산을 책정해 놓았다고 한다.
고용보험기금은 사업주와 근로자가 내는 보험료로 조성된 공공자금이다. 이 자금을 신규채용장려금으로 지출하는 것은 고용보험법의 법정신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주5일 근무로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할 엄청난 인건비에 비한다면 이 정도의 지원규모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주5일제를 돈으로 지원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정부는 주5일제가 시행되면 근로자들이 신명나게 일함으로써 생산성이 향상돼 기업의 인건비 부담증가는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구차한 수단까지 동원해서 강행하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어떤 제도를 도입하든 다 때가 있다. 설익은 사과의 맛은 어떤가. 곡식은 때가 되지 않으면 거둬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이 쓰러지면 정부가 살려줄 것인가. 주5일제로 인건비가 늘어나는 경우 사업장을 중국 등지로 옮길 계획을 갖고있는 중소기업은 늘어날 것이다. 그런 기업은 그래도 희망은 있다. 그럴 수 없는 중소기업은 어쩌란 말인가.
애당초 이 제도 도입은 정부가 나서서 서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일이 여기까지 왔다. 이제 눈을 국회로 돌릴 수밖에 없다. 국회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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