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윤 (동아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연속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역습’에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추격’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근데 과거와 양상이 다르다. 지금은 자본집약 산업에서 맹렬히 추격 중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까지 넘보고 있다.

‘중국의 추격’만큼 매서운 것이 ‘일본의 역습’이다. ‘일본의 역습’은 엔저가 있기에 가능했다. 일본은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통화공급을 대폭 확대했다. 그 결과 엔화의 가치는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는 올랐다. 엔저는 선진국의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엔저를 지키기 위해 선진국 설득을 마다치 않는 아베 정권의 노력도 돋보인다.

자본 집약제품은 대부분 고소득국가가 수출한다. 제품의 특성상 가격을 낮추는 방법이 많지 않다. 그나마 노동비 절감이 거의 유일하다. 아이폰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이유이다. 자본 집약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율이다. 엔저는 자본 집약제품을 수출하는 ‘일본의 역습’에 발판이 된 전략이다. 반대로 한국은 가격경쟁력을 잃고,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엔저에 대응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은 원화 가치 하락이다. 그러나 원화 가치 하락은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풀기 어렵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자국 화폐 가치가 상승하는 선진국의 묵인 내지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제조업 르네상스’를 꾀하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경쟁 상대인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에 쉽기 동의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역습’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 대기업은 생산기지 이전이라는 최후의 전략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뾰족한 방안이 없다. 생산현장은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수출 길은 막히고, 일본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오늘도 중소기업 사장님은 근로자들과 고통을 분담하며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이쯤 되면, 중소기업에게 엔저는 역습 수준이 아니라 공습에 가깝다.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가 더는 엔저가 없다고 말했다. 엔저를 포기하고 엔고를 가겠다는 말이 아니다.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하는 일은 없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당분간 엔저는 지금 수준에서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과 같다. 공습은 앞으로 계속된다는 말이다.

엔저에 대한 대응은 없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부의 도움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격의 영향이 덜한 고품질 제품 개발도 대응이다. 고품질 제품 개발은 교과서적인 대응이지, 생산현장에서 보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부분이다. 축구 경기로 치면, 감독인 정부도 전략이 없고, 교체 선수인 고품질 개발은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주심을 보는 선진국의 도움은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역발상이 필요하다. 값싼 일본 제품을 수입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일본 제품으로 수입을 대체해 가격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기업과 손을 잡는 방법이다. 일본기업은 엔저를 무기로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호황을 맞은 일본기업이 우리 기업과 손잡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엔저와 원고는 한국의 대일본 진출과 투자에 유리한 조건임이 분명하다. 게다가 일본 기업인을 만나보면, 한국 중소기업의 특성인 저돌적인 마케팅, 뛰어난 상품기획력, 빠른 의사결정을 부러워하고 있다.

역습이 매섭다고 수비만 할 수는 없다. 잘해야 무승부다. 승리는 골을 넣는 팀의 몫이다. 이제 공격할 시간이다. 교체카드도 없지만, ‘일본의 역습’을 역이용해보자.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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