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델컴퓨터 창업주 마이클 델이 남긴 이야기이다. 설립 18년 만에 업계 최고이자 매출 3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기업을 일군 마이클 델 회장은 “기존 상식의 틀을 깨는 사고방식으로 남다른 접근법을 연구했던 것이 델컴퓨터의 뿌리인 다이렉트 모델로 탄생했다”며 “늘 고객의 목소리에 충실하자는 것이 절대적인 사업철학”이라고 소개했다.
21세기의 문턱을 갓 지나온 오늘,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주목할 만한 기업의 환경변화는 IT(Information Technology) 혁명으로 불리는 온라인(online)의 등장으로 시장상황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업환경하에서 어떤 기회와 위협이 파생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파악된 새로운 기회와 위협에 어떻게 대응을 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 많은 경영자들이 노력을 쏟고 있다.
우선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회와 위협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두 가지 핵심질문(“무엇을 감지해야 하는가?” “어떻게 감지된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가?”)에 관한 답을 나름대로 제시할 수 있는 방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체계화된 분석사고를 시장구조 분석을 위한 마케팅적 사고 혹은 마케팅적 시각(framework)이라 한다.
마케팅적 사고에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STP(Segmentation-Targeting-Positioning)방식이 있다. 마케팅 전략이라고 하면 STP전략을 연상할 정도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이 시장세분화(Segmentation)-목표시장의 선택(Targeting)-경쟁적 위치설정(Positioning) 방식이다. STP에 바탕을 둔 마케팅적 사고하에서는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STP와 4P(마케팅적 믹스)로서 설명하기를 선호한다. 여기서는 우선 중소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시장세분화를 생각해 보자.

시장세분화 전략 필수적
마케팅의 출발점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고객들의 욕구는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따라서 어떤 한 제품을 통해 모든 고객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함을 고려하면, 전체고객을 대상으로 해 어느 누구에게도 충분한 만족을 주지 못하는 것 보다는 특정한 고객집단만을 대상으로 그들을 우선적으로 충족시킬 경우 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고객들을 비슷한 요구를 가진 집단으로 구분하고 하나의 집단으로 묶을 수 있는데 이렇게 묶은 동질의 집단을 세분시장(market segment)이라고 하고 세분시장을 발견하는 작업을 시장세분화(market segmentation)라고 한다. 세분시장 마케팅(segment marketing)이란 각 세분시장의 요구에 맞는 상품을 마케팅하는 것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매스 마케팅(mass marketing)과는 다르다.

마케팅은 ‘고객 이해’에서
세분시장 마케팅을 하는 중소기업은 아래와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매스 마케팅을 하는 경쟁기업에 비해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만도공조는 에어컨을 생산하는 중견기업으로 다른 대기업들과 비교해 인지도 측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었다. 그러나 축적된 기술력과 시장에서의 특화를 통해 세분시장인 김치내장고(‘딤채’)를 개발해 공략함으로써 중소기업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가장 선호되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2002 KCSI에서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반적인 만족도와 재구입 의향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둘째, 평균적인 고객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에이스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로 침구 구매시 다른 가구와의 조화 여부를 침대구매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시장에서 좋은 침대, 편안한 침대와 같이 침대 본래의 효익에 가중치를 두는 고객의 욕구를 시장의 기회로 파악해 성공한 사례이다.
셋째, 경쟁상품과의 차별화를 통해 소모적인 가격경쟁을 줄일 수 있다. “좋은 술로 시작합시다”라는 슬로건으로 백세주는 여타 다른 소주나 맥주와의 1차 술 시장에서의 소모전을 회피할 수 있었다.
효과적인 시장세분화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먼저 시장세분화가 유용하려면, 중소기업들이 시장세분화에 사용된 기준변수를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올바른 세분화변수의 선택은 중소기업이 얼마나 해당 시장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있는지에 달려있다고 판단된다. 추가적으로 다음의 4가지 조건을 만족시킬 때 세분시장은 쓸모가 있을 것이다.
세분시장의 측정가능성(크기, 구매력, 기타 특성 등이 측정 가능할 것), 세분시장의 규모(적정한 규모가 될 것), 세분시장에의 접근가능성(해당 시장에 소속된 고객들에게 기업의 마케팅활동이 접근 가능할 것), 세분시장 내 동질성과 세분시장 간의 이질성 등이 높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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