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엔 환율이 지난달 28일 장중 100엔당 800원대에 진입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외환은행 고시)은 100엔당 898.56원을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

최근 원·엔 환율이 7년2개월만에 100엔당 8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기상도에 먹구름이 잔뜩 낀 분위기다.

여기에 한국 기업들이 상품을 수출할 때 대금을 엔화로 받는 비중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 엔저 여파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어 수출 중소기업의 채산성 악화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이후 최근 1년 사이 엔화 가치는 11%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한국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반감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표 제조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1분기 매출 및 영업이익이 각각 4.4%, 21.5% 감소한 것도 엔저 여파에 따른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소규모의 수출 중소기업들의 경영상황이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환율 변동에 이렇다 할 강구책이 없는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곤두박질치는 수출 실적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기업과 다르게 수출 공략지역을 다변화하거나 결제통화를 다양하게 하는 등 엔저 리스크를 대비할 관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일본 기업과 수출경쟁이 심한 자동차·철강·금속·기계 등의 제조 분야는 가격 경쟁력 유지에 이미 빨간 불이 들어온 급박한 상황이다.

일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기계부품 수출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은 내년에도 양적완화를 통해 엔저를 이어나갈 거라고 하는 마당에 뾰족한 장기대책이 서지 않는다”라며 “우리도 금리인하를 비롯해 환율 대응 등 통화정책을 적극 밀어붙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엔저 피해 장기화 전망 쏟아져
최문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유럽·일본에서의 자금유출, 원화 절상 압력 키운다’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일본의 양적완화가 확대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해외투자는 더 늘어날 수 있고, 자본수지 측면의 엔화 약세요인이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국내 수출 기업 453개(대기업 126곳, 중소·중견기업 327곳)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원·엔 환율 변동에 따른 수출액 감소가 중소기업이 -5.6%로 대기업 -1.8%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이밖에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결제통화별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서도 국내기업의 일본시장 수출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중 한국의 수출 결제대금 가운데 엔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전기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100만달러 어치를 수출했을 때 2만7000달러에 상당하는 금액을 엔화로 받았다는 뜻이다. 지난 199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수출 대금의 엔화 결제 비중은 1990년대 6∼7%대, 2000년대 중반까지 5%대를 유지했으나, 2011년 4.4%, 2012년 4.3%, 2013년 3.5%, 2014년 3.1%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대금에서 유로화가 차지하는 비중도 1분기 4.8%로, 전기 대비 0.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수출 대금에서 달러화 결제 비중은 86.5%로 전기 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이렇게 달러화 비중이 늘고 엔화와 유로화 비중이 낮춰진 배경에는 미국 수출은 호조인 반면에 일본과 유럽 수출은 실적이 저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출입은행은 올해 원·엔 환율이 평균 900원대를 유지한다면 지난해 대비 수출액과 영업이익은 4.6%, 3.7% 감소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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