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상용(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지난달 12일 세계적인 행사라며 자랑하던 ‘7차 물포럼’개막식 행사에서 자격루가 넘어졌다는 소식이 주요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여기에 인터넷 여론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온국민이 다 아는 소식이 됐다. 국내 최대 일간지에, 그것도 사진과 더불어 크게 다뤘으니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지난해 4월 이벤트업계는 ‘세월호’사고라는 악재로 초토화가 됐다. 더 이상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정도의 피해를 본 것이다. 이제 간신히 그 피해를 복구하고 있는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져 심히 안타깝다.

혹자들은 인명피해가 난 큰 사고도 아닌데 웬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벤트업계에게 그야말로 또 하나의 심각한 악재가 터진 것이다. 이번 물포럼과 같은 대형 행사의 개막식에 있어서 주요 행사 아이템(킬러콘텐츠, 퍼포먼스)은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체전 개막식이라면 ‘성화점화’와 유사한 중요도를 갖는 것으로 한 장면을 위해 조직위 및 대행사의 관계자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려고 애쓴다. 밋밋한 개막식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되며 이 장면 하나가 국내 혹은 전 세계로 보내져 새로운 뉴스로 전달되는 되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그림을 내는 것이 목표인 것이다.

이런 사고의 경우에는 잘못의 주체를 가리기전에  모든 잘못은 행사 대행사로 돌아올 것이다. 이만큼 세간이 알려졌으니 조직위 위원장이나 실무자는 매우 곤혹스럽다. 그리고 이 책임은 고스란히 대행사로 돌아올 것이 자명한 것이다.

책임을 피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정당화 시키고자 함도 아니지만 여하튼 늘 대행사가 이런 경우에는 죄인이 된다.  그렇다면 왜 피해가 고스란히 이벤트업계로 돌아올 것인가? 이번 일로 당분간 실패 가능성이 있는 주요 퍼포먼스는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안전한 것이 최고’라며 아예 특징을 내세우는 연출 장면은 사라질 수도 있다. 주최 측인 기업 혹은 지자체 담당자 입장에서 괜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윗사람을 설득하기에도 아무 무리가 없다.

보통 행사는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괜한 모험을 해서 잘못 하면 엉망이 되는 행사를 누가 바라겠나? 결국 이벤트회사는 밋밋한 행사를 대행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예산의 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의 특성중의 하나는 바로 현장성이다.

방송은 잘 못되면 NG(No Good)라 해 재촬영을 하면 되지만 이벤트는 그 순간이 지나면 끝인 것이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철저한 준비와 리허설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가는 것이다.

서울올림픽, 대전세계박람회, 한일월드컵,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 등 수많은 메가 이벤트 개막식을 치르면서 이번과 같은 대형사고가 난 적은 없다. 일부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지난 적은 있어도 이처럼 온 세상이 다 알게 된 적은 처음인 것이다.

조직위와 대행사, 그리고 이 퍼포먼스를 맡았던 회사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최대한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다. 그리고 정산과정에서 그 책임을 고스란히 물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사고에 대한 책임 때문에 정산에서 대폭 삭감될 가능성도 있다. 업계가 바라는 것은 이번 일로 더 이상의 피해가 확산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일은 이번일로 끝내고 더욱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해 안전한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부디 더 이상 피해가 없길 간절히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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