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미국 LA 근교에 미국 서부의 유명한 갑부들이 모여 사는 비버리힐스(Beverly Hills)라는 부촌이 있다.

영화배우나 가수 등 유명인이 살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관광 코스로도 유명하다. 10여년 전 필자도 LA에 출장을 간 김에 동료들과 함께 말로만 듣던 이곳을 둘러 본 일이 있다.

그 때는 박찬호 선수가 다저스 야구팀에서 매년 시즌 15승 이상을 올리고 있었다. 박 선수의 집도 이 마을에 있었다. 도로변에는 입구에서부터 이국적인 아름드리 야자수가 우거져 있었고 갖가지 꽃들과 수목으로 가득한 수백평의 정원과 수영장을 갖춘 집들이 즐비했다. 과연, 명성에 걸맞은 부자 동네였다.

서울에 이런 부촌이 있다면 어땠을까? 관광 코스는 고사하고, 집안이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미터의 높은 담장에 철조망을 치고 첨단 경비장치와 경비원들을 두어 일반인들은 얼씬도 못하게 했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 같으면 ‘부자들은 각성하고 재산을 분배하라’와 같은 구호를 적은 현수막이 여기저기에 내 걸리지는 않을까?

요즘 정부가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이 큰 혼란을 일으켜 뒷정리 하느라 허둥대고 있는데 평균소득으로 설명하려다 일이 단단히 꼬여버렸다.  재원에 대한 대책도 없이 기초연금, 무상보육, 무상급식 같은 이른바 ‘무상복지 3종세트’는 결국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불만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소득수준을 무시하고 최고의 선이라고 생각했던 균등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자유와 평등을 추구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투쟁이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은 불평등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평등인가 불평등인가? 사람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재능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나 똑같이 평등한 외부 조건을 갖고 시작해도 필연적으로 불평등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부자가 되고 어떤 사람은 가난하게 되며 어떤 사람은 공부를 잘해 일류 대학에 간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이런 개인의 차이점을 근본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인위적인 통제와 억압으로 유지되던 소련과 동구 유럽은 체제의 몰락으로 그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공산주의 체제를 고집하는 북한의 현실도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평등과 균등(均等)은 구별돼야 한다. 모든 것이 똑같아야하는 균등과는 달리 평등에는 절대적 평등과 상대적 평등이 있다. 절대적 평등은 인종, 성, 연령, 신체장애 차별과 같이 원초적인 차별을 법으로 금지시켜 추구한다. 

그러나 차별이 절대적으로 평등을 훼손한다고 볼 수는 없다. 1∼2년 경력의 사원 봉급이 20년 경력의 간부 봉급과 같아야 한다면 누가 경력과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하겠는가. 개인의 노력과 성취도에 따라 생기는 ‘이유’ 있는 차별까지 비난 받아서는 안 된다. 이유 있는 차별은 의욕을 부추기며,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고, 새로운 도전의식을 키운다. 성과주의를 앞세운 과도한 차별도 문제지만 경쟁이 없는 사회의 미래는 없다.

경영의 신이자, 불황극복의 신으로 유명한 마쓰시다 고노쓰케는 “불황이야말로 호황을 준비하는 최고의 기회요, 인재를 키우고 낡은 관습,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불황인 지금이야말로 이유 있는 차별까지도 허용되지 않는 연공식 임금제도나 무임승차하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똑같이 대우받는 평등의 함정에 빠져 있지 않는지 내부제도나 조직문화를 꼼꼼하게 따져보고 바꿔 나가야할 때다.

가재산(피플스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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