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병익 (주)다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정호승 시인은 “다람쥐는 작지만 코끼리의 노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람쥐와 코끼리 중에서 누가 더 훌륭한가라는 질문은 말이 되지 않는다. 코끼리가 크고 힘이 세다고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코끼리는 코끼리 나름대로 뛰어난 부분이 있고 다람쥐는 다람쥐만이 가진 강점이 있다. 다람쥐는 코끼리처럼 힘이 세 지려고 하지 않는다. 코끼리는 다람쥐처럼 빨리 달리려고 하지 않는다. 둘은 먹이를 놓고 싸우지 않는다.

각자의 차별화된 능력이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몫이 있다. 서로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어느 동물이 더 우월한가는 없다. 오랜 진화의 시간을 거쳐 각자의 최적의 진화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적자생존’은 경쟁에서 살아남는 원리에 대한 개념을 함축한 말이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스펜서가 1864년 ‘생물학의 원리’라는 저서에서 처음 사용했고 이후 ‘개인 대 국가’라는 책에서 “좋은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살아남아 시장을 차지하고,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주장했다. 생물학과 경제학에 같은 이론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요즘 기업은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앞서 가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생물학에서 말하는 적자생존은 강하고 약한 것의 의미가 아니라 적응의 문제라고 한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얼마나 적응을 잘하는가를 말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숫자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만 200만종이라고 한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종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모든 종들은 자신이 선택한 최적의 진화 방식대로 적응도를 높여 살아남았다. 자연생태계는 대규모 지각변동이나 운석의 충돌 등 큰 변화의 시점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진화가 이뤄졌다. 위기의 변화가 큰 만큼 많은 종들이 생겨나고 그 결과로 자연생태계는 풍성해 졌다.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라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예측할 수 있었던 환경이 아닌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지는 과정이다. 새로운 표준이 정착되기까지 경제성장률과 소비는 낮아지고 위험은 그 만큼 커진다.

뉴노멀은 혼돈 그 자체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아무도 그 끝을 장담할 수 없다. 혼돈의 시대는 누구에게는 위협이지만 누구에게는 기회다. 뉴노멀 시대의 생존 조건은 혁신이다. 크다고 생존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규모가 크고 작고가 아니고 기술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단지 창의적인가 아닌가가 핵심이다. 기업에게는 창조적 마인드가 모든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이미 너무나 변해 버린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알고만 있지 변화를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단지 소비자라면 세상의 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도 좋다. 어떤 면에서는 슬로우 라이프처럼 유유자적 세상의 변화와 상관없이 첨단 기술을 등지고 여유를 찾아서 아날로그 식으로 사는 방식이 미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은 다르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은 그냥 책에 있는, 나와는 상관없는 이론적인 얘기가 아니다.

코끼리처럼 강하고 힘센,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춘 강자와 경쟁하려면 분명한 것은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한 경쟁자를 이기려고 한다면 단 한가지 방법 밖에 없다.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그들과 달라야 한다.

새로운 한 해를 멋지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려는 용기가 필요하다.

- 글 : 안병익 (주)다인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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