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중호(칼럼니스트·목포대학교 초빙교수)

어느 경상도 할머니 셋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며늘아가 그러는디, 예수가 죽었다카드라”고 하니 “와 죽었다 카드노?” “못에 찔려 죽었다 안카나” 이때 아무 말이 없던 할머니가 “예수가 누고?”하고 물었다. “우리 며늘아가 아부지 아부지 케사니 ‘사돈양반’인갑지 뭐”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진짜 며느리의 아버지라면 사돈양반인가? 아니면 사돈어른일까? 연속극이나 방송국 등에서도 사돈양반이나 사돈어른 혹은 사장과 사장어른 등 호칭의 사용이 잘못되는 경우가 빈번해 시청자들의 혼선을 야기한다.

무릇 사물에는 각기 이름이 있다. 그 중에서도 직접 부르는데 쓰이는 명칭을 호칭어라고 한다. 사돈(査頓)이란 서로 혼인한 남자와 여자 측의 인척관계를 말한다. 사돈은 같은 세대인 동성 간의 호칭이므로 아버지끼리 어머니끼리는 그냥 ‘사돈’이다.

다만, 같은 세대라도 이성의 사돈이나, 동성이라도 자기보다 10년 이상 연상이면 조금 높여 ‘사돈어른’으로 예우해 부른다. 이성의 사돈은 나이와 무관하게 ‘사돈어른’으로 예우하며, 특히 여성사돈을 ‘사부인’이라고도 말한다. 따라서 며느리나 사위의 아버지는 나와 같은 세대이므로 ‘사돈 혹은 사돈어른’이고, 어머니는 ‘사부인 혹은 사돈어른’이 될 것이다.

이처럼 사돈의 호칭은 세대의 차이, 성별, 나이에 따라서 달라진다. 사돈집의 모든 분을 ‘사돈’이라고 부르거나 특히 사돈양반과 사돈어른을 혼동하면 안 되는 이유이다.

사장(査丈)은 윗세대의 사돈을 말한다. 세대가 한단계 높은 사돈(자녀 배우자의 조부모)은 성별 관계없이 ‘사장어른’이다. 여자사장은 ‘안 사장어른’으로도 부르며, ‘○○(시·처)조부모’와 같은 관계말로도 쓰인다. 동기간의 배우자(형수, 자형, 올케 등)의 부모도 윗세대이므로 ‘사장어른’일 것이다. 이(자녀 배우자의 조부모)보다 한 세대가 더 높으면 앞에 ‘노’자를 붙여 ‘노사장어른’이 된다. 사돈의 첫 글자인 ‘사(査)’자에 ‘어른 장(丈)’자를 쓰는 이유를 알만하다. 사돈 간의 호칭이 잘못되면 본의 아니게 결례를 하게 된다.

사돈은 피와 살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분명 남이지만, 아들과 딸을 주고받은 특수한 관계로 항렬과 같이 세대의 위계가 정해진다. 그 위계를 사행(査行)이라고 말한다.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위치에서 보면 딸의 시부모는 같은 사행이지만, 딸의 시조부모는 한 단계 윗사행이다.

한편 아랫사행의 사돈이라면 사돈양반(사돈총각·기혼 남성), 사돈총각(사돈도령·미혼 남자) 또는 사돈처녀(사돈아가씨·미혼 여성)·사돈아기씨(사돈아기·어린 사돈에 대한 칭호) 등으로 부른다. 사돈양반은 윗세대가 아닌 사돈총각이 혼인하면 예우해 부를 때 쓰이는 말이다.

혹 상대방의 사행이 낮더라도 나이가 많거나, 사회적 지위 등 어려운 상황이라면 다소 높여 ‘사돈’으로 예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같이 사돈의 호칭은 사행에 따라야 하고, 나이나 성별 등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돈이란 사회적 사귐이면서도 자녀를 주고받은 소중한 관계다. 이 인연은 자녀의 행복과 가문의 장래에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돈을 하려면 예로부터 집안의 근본을 봤고, 특히 어머니의 품성과 가정교육을 중시했다.

사돈의 ‘사(査)’는 ‘살필 사’이며, ‘돈(頓)’은 ‘머리 꾸벅거릴 돈’이다. ‘삼가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머리를 꾸벅거릴 사람’이 사돈사이인 것이다. 이와 같이 사돈관계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자리이므로 바른 호칭의 사용은 중요하며 기본예의다. 가문의 품격은 아름다운 전통문화에서 나온다. 젊은이들도 서양문화나 외양 등 트렌드만을 따르기보다는 전통의 아름다움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보존하면 좋겠다. 전통 없는 문화민족은 없다.

- 글 : 하중호(칼럼니스트·목포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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