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는 지금 막바지 협상과 입법화 단계에 들어서 있다. 그 동안 중소기업계는 이 제도의 도입 자체를 반대했으나 이제는 조건부 수용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시행시기, 유급휴가와 공휴일 범위, 인건비 계산방법은 이 제도와 관련해 치열하게 토론된 도입조건들이다.
우리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는 합리적인 선에서 도입조건이 정해지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도입조건이 아무리 이상적으로 정해진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날 일은 아니다. 후속과제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됐다.

근무·휴식 사이클 지혜롭게 편성
주5일 근무제 때문에 매주 주말마다 이틀씩 올 스톱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은행들은 다행히 ATM 등 자동화장치를 활용해 주말 금융수요를 겨우 땜질하고 있다. 그러나 ATM 같은 대체수단을 동원하기 어려운 다른 조직들은 어찌할 것인가?
필자가 조사한 데이터를 가지고 말한다면 변동시간 근무제 시행비율이 캐나다는 45%, 한국은 15% 수준이었다. 관공서, 지하철, 버스, 온라인 서비스, 콜센터, 수리센터, 긴급구조대, 응급실, 약국 등이 주말이라고 일제히 이틀씩 연속 쉰다면 그것은 국가경쟁력의 관점에서 볼 때 끔찍한 재난이다.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서비스를 365일 유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재택근무, 교대제 보완 등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제조업의 경우도 주5일 근무와 주2일 휴식의 사이클을 지혜롭게 편성해야 한다.
구체적인 사이클은 사업장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사업장별로 마련돼야 한다. 산별노조나 전국노조가 이 일에 관여해서 획일적으로 정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시간 수만 채우는 식의 근무관행은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수 없다. 인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모든 사무, 회의, 설비보전, 운반 등을 프로세스 단위로 세밀히 검토해 부가가치를 산출하는 활동과 그렇지 못한 활동을 분류하고 전반적으로 리엔지니어링 해야 한다.
교육훈련시간도 보다 능률적 효과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이미 1세기 전부터 미세동작연구(micromotion study)를 비롯한 각종 산업공학 및 직무설계 기법을 동원해 업무 시스템을 충분히 다듬어 놓은 다음에 주5일제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고객중심 철학 확고히 해야
이번 일을 계기로 해 고객중심 철학을 확고히 해야 한다. 모든 개혁은 고객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고객(시민)을 불편하게 만드는 조직은 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노·사·정 협상은 있으되 고객의 소리는 없다. 구체적인 공급 프로세스와 고객을 생각하지 않는 사회라면 기업도 근로자도 공무원도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에 시행될 주5일 근무제로 인해 만일 고객 서비스가 나빠진다면 국가경쟁력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시민과 소비자들은 금요일 오후부터 온 시내가 텅 비고 전화신고도 받지 않는 황당한 ‘놀자 판’의 나라가 되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드라이버(driver)는 과연 누구인가? 오늘의 세계를 움직이는 주역은 수많은 작은 자들, 작은 기업들이다. 이름도 기억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작은 자들의 힘이 개혁의 추진력이다. 어떤 탁월한 지도자도 천부적인 영웅도 이 복잡한 사회를 확실하게 이끌어갈 수는 없다. 낡은 영웅시대의 꿈은 버려야 한다. 수많은 고객과 시민의 생생한 소리를 듣고 잘 정리하고 치밀하게 시스템을 재설계할 수 있는 진정한 개혁 모델이 필요하다. 기업인, 노조, 정부, 국회의원, 교육자 모두가 이 모델을 배워야 한다.

이재관(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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