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지르고 본다?
‘결단은 귀신도 놀라게 한다’는 책을 읽거나 그런 소리를 들어본 CEO는 자칫 ‘결단의 미신’에 빠진다. 과감하고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되는 결단이라면 귀신도 놀란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어떤 결단이 귀신도 놀랄만한 결단인가를 묻기 전에 귀신을 놀래주기 위해 어거지 결단을 내린다면, 그야말로 결단의 미신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미숙한 결정,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결정, 또는 자신도 없고 논리도 확실치 않은 결정을 내려 놓고 이를 결단이라고 한다면 귀신이 놀라 자빠지기는 커녕 깔깔 웃을지도 모른다.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사방팔방으로 치밀한 조사를 한 끝에 내리는 결단도 실패하는 수가 있다. 60년대 월남 파병 당시 박정희 전대통령은 밤새 잠을 못자고 담배를 2갑 이상 피웠다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잘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 결단은 참으로 괴롭고 외로왔다.”
뱃장 좋다는 박정희도 큰 결단 앞에선 그토록 힘들어 했다.

대통령이 언론과 싸우는 결단?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특히 CEO가 내리는 결단은 한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도 있다. 가장이 잘못 내린 결단이 가정을 흔들 수도 있다.
지도자의 결단은 객관성이 있어야 하고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그 결정이 실패냐 성공이냐는 나중 문제다.
물론 그 결정이 잘한 것인지 잘못한 것인지를 즉석에서 평가할 수 없는 결정도 있다. 사상 최초로 언론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의 결정 같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대한민국은 군사독재를 지나 이제 진짜 민주화가 되려는 과정에서 언론의 자유냐 언론의 횡포냐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대통령의 언론기관 제소는 언론도 제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통치자의 결단이라는 평가와, 언론에 대한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외롭고 괴로운 결단임과 동시에 비상식적인 결단인 것도 사실이다.

바람 피우는 것도 결단?

최근 K사장(필자의 친구)이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필자에게 만나기를 요청했다. 얼굴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중대한 결정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K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CEO에게도 사랑을 할 자유가 있잖냐? 나 결단을 내렸어!”
놀랍게도 그는 아내 아닌 여자와의 사랑을 필자에게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 하나를 사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윤리감, 가정에 대한 미안함, 경영에 충실해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앞섰지만 그녀를 사랑하기로 결심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다.
아내 아닌 여자와 놀아나면서 사랑의 결단이라고 말하는 늦바람 사나이의 무대포를 누가 결단이라고 봐주겠느냐라고 참아 말하지 못했지만 마음 약한 사나이로선 결단이라면 결단일 수도 있다.
경영자는 결단이라는 단어를 아무렇게나 써서도 안되고 아무렇게나 결단해서도 안된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일을 해놓고 결단이라고 한다면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뇌물 먹는 것까지 결단이라 해야 할 것인가?
CEO는 끊임없이 결단하는 자리에 있다. 그러나 결단 같지 않은 결단, 자신 없는 무대포를 결단이라고 주장해서는 안된다. 결단 같은 결단을 내려야 진짜 결단이다.
ommukim@dreamwiz.com
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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