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영리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이 자선(charity)에서 박애(philanthropy)로 진화하고 있다. 사실 언뜻 듣기에는 자선과 박애가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회공헌 활동 관점에서 보면 둘은 좀 다르다.
자선은 개인적인 동정심이나 이타심에서 비롯된 일대일 기부의 형식을 띄는데 비해 박애는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좀 더 조직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걸인에게 동전을 주는 것이 자선이라면 빈민지역에 학교를 세워 교육을 통해 근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박애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박애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몇몇 비영리기관들이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박애의 특징에 주목하고 프로세스 혁신이나 서비스 차별화 같은 비즈니스적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1970년대 초 인도 남부의 마두라이 공립병원에서 안과 책임자로 일하고 있던 고빈다파 벤카타스와미 박사는 가난 때문에 수술을 못받고 실명하는 많은 환자들을 접하게 된다. 그는 이 사람들을 직접 보살피기 위해 공립병원을 은퇴하고 돈 있는 환자들에게는 진료비를 받고 가난한 환자들은 무료로 치료해주는 특이한 병원을 세운다.
그가 세운 아라빈드 병원은 지금도 무료진료를 계속해서 2011년에는 전체 환자의 48%에 달하는 120만명 이상을 무료로 고쳐줬다. 고빈다파 박사는 더 많은 사람들을 무료로 고쳐주기 위해서는 진료나 수술에 드는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을 고민하던 중 미국 여행에서 해답을 발견한다. 맥도날드가 표준화된 공정을 활용해 햄버거를 저렴하게 생산하는 것을 보고 그것을 병원 운영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빈다파 박사는 수술 프로세스를 표준화해 수술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다. 그리고 그렇게 아낀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수술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수술하다 보니 결국 그것이 병원의 실력으로 쌓였고, 그것이 입소문이 나서 지금은 10개의 병원과 연구소, 교육기관, 안구은행 및 인공수정체 생산시설까지 갖춘 세계 최대의 아이 케어 시스템으로 성장하게 됐다.
방글라데시의 NGO 브락의 설립자 핫산 아베드는 내전으로 피폐해진 고국을 재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교육이라고 보고 박애정신을 바탕으로 다양한 교육사업을 전개했다.
당시 방글라데시는 문맹률이 75%에 이르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었다. 그는 학교가 마을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학교에 다닐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마을에 방을 하나 얻어 여러 학년이 같이 수업할 수 있는 ‘원룸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농사 일정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업 일정을 조정해서 농촌 어린이들도 쉽게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장의 니즈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락의 운영방식은 큰 호응을 받았다. 덕분에 2013년에는 전 세계 영향력 있는 100대 NGO  중1 위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NGO로 자랄 수 있었다.
피터드러커는 그의 저서 ‘비영리단체의 경영’에서 이렇게 말했다.
“비영리단체는 사명을 ‘추구’할 뿐 아니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전략적 경영이 필요하다.”
이제 비영리기관들도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프로세스 혁신이나 서비스 차별화와 같은 전략적 방법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홍현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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