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경제블록 잇단 탄생... 실리위주 선제적 대응 필요

최근 미국, EU, 일본 등 선진경제권이 동시다발적으로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 등 태평양 12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EU와는 환대서양 경제동반자협정(TTIP)을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 등 아시아 16개국은 이에 역내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으로 맞서고 있다.
3대 FTA가 모두 타결될 경우 거대 경제 블록이 탄생할 것이다. TTIP는 GDP 기준 세계경제 비중이 45%이고, TPP는 38.4%, RCEP은 29.4%이다. 이렇게 세계 GDP의 80%를 차지하는 3대 FTA가 출범하게 되면 세계 통상질서가 경제블록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다.
또한 3대 FTA에 대한 한국의 수출 비중이 전체의 73%를 차지하고 있어 거대 블록의 등장은 한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이에 3대 FTA의 전망과 영향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세 철폐 등 시장개방 수준은 미국·EU FTA인 TTIP, 미국 주도 다자간 FTA인 TPP, 중국 등 신흥국 주도 RCEP의 순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기적으로 누구도 뚜렷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가운데 3대 FTA 간 경쟁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통상규범 제정 등 게임의 룰을 놓고 TTIP, TPP와 RCEP 진영간 대립이 심화될 것이며, 아태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RCEP과 TPP는 역내 회원국 수 확대 등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향 ① : 세계경제 활성화와 무역 확대
세계경제의 80% 를 차지하는 3대 FTA가 출범하면 해당 국가의 경제가 더 성장해 세계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별로 추가적인 성장률을 보면, TTIP 체결시 EU 0.3∼0.5%포인트, 미국 0.2∼0.4%포인트, TPP 타결시 일본 등 참여국 0.4∼1.5%포인트, RCEP 발효시 중국 등 참여국 최대 1.8%포인트 등으로 추정된다.
영향 ② : 신흥국 견제 심화
TTIP 체결시 미국과 EU는 세계 최대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규범제정자(Rule- Setter)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진국은 중국 등 신흥국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환경, 노동, 경쟁 등 국제규범을 준수하도록 압박해 양측 간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향 ③ : 국제통상질서 변화
미국이 주도하는 TPP와 중국이 참여하는 RCEP이 회원국 확대 경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여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브라질 등은 독자적인 길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회원국이 3대 FTA에 중층적으로 가입함으로써 원산지 규정, 통관절차 등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거대 블록의 등장으로 기존 세계통상질서를 주도하던 WTO는 상당 기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영향 ④ : 한국의 FTA 선점효과 약화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일본이 미국, EU 등과 FTA를 체결하면 한·미, 한·EU FTA의 선점효과가 감소하고 미국과 EU시장에서 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RCEP이 체결되면 중국, 인도, 아세안 등 역내시장에서 한중일 3국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한편 한중일 3국 모두와 FTA를 체결한 아세안의 투자환경이 개선되면 베트남 등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더욱 주목받을 것이다.
한국이 거대경제권발 블록화 경쟁을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TPP참여는 경제적 실리 위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대신 중국, 중남미, 러시아 등 신흥시장으로 한국의 FTA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3대 FTA 진행 상황을 면밀히 관찰해 기존 FTA나 국내 산업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기업은 3대 FTA 체결로 관세 철폐, 투자자유화, 원산지 규정 통일 등에 따라 역내 생산거점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강구하고, 주요 시장의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환경, 기술 등 규제 리스크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저작권자 © 중소기업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