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강화·수출 확대로 일자리 창출 노려

과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미국 제조업은 경쟁국가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점점 약화돼 왔고, 그 결과 미국의 무역적자가 급증해 소위 글로벌 임밸런스 문제를 야기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미국에서도 제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를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제조업 기반 강화, 그리고 수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통상정책도 바뀌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수출증대 노력은 2010년 수출주도전략(NEI, National Export Initiative)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출진흥내각(Export Promotion Cabinet)을 신설했는데, 수출진흥내각은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농무부, 노동부 장관과 예산관리국장, 무역대표부 대표, 수출입은행장 등으로 구성돼, 정기적으로 국가수출주도전략의 추진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또 40년 만에 다시 설치한 대통령 직속의 수출위원회(President’s Export Council)에는 민간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정부기관 대표 외에도 20명의 민간기업 대표를 위원으로 임명했다.
2010년에는 고용과 성장을 위해서는 더 나은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제조업강화법(Manufacturing Enhancement Act)을 제정했다. 해외진출을 통해 생산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제조업체가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원자재에 부과하는 관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고 수입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외시장을 넓히려는 정책도 진행 중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연두교서에서 TPP, 즉 환태평양동반자협정을 강력히 추진하는 한편, TTIP, 즉 미-EU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경제상황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시장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맞춘 TPP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2013년 3월에는 일본도 TPP 참여를 선언해서 그 범위가 더욱 넓어졌는데, 앞으로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제협력체 구축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미국과 EU 간의 FTA는 1990년대부터 논의돼 왔지만 제대로 진전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다시 추진하기로 했는데, 그 배경은 역시 경제문제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유럽과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어 하는 미국 모두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미국과 EU는 높은 수준의 FTA를 타결해 세계 통상규범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우고 있다.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를 포괄하는 자유무역협정, 또 선진국을 대표하는 양대 경제권으로 이미 시장개방 수준이 높은 미국와 EU의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된다면 세계 통상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다.
미국은 이와 동시에 국내 기업과 시장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2009년 미국의 경기부양법안에 포함됐던‘Buy American’조항이 대표적인데, 이는 경기부양법에 따라 자금이 투입되는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철강 등은 미국산만 쓰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노골적인 보호주의 정책은 다른 나라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또 중국, 유럽 국가들이 따라 하기도 했다.
중국 등 신흥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가 미국기업의 손실을 초래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판단해 불공정무역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미국에 대해 대규모 무역흑자를 누리고 있는 중국을 주 타겟으로 해 위안화 저평가, 지식재산권 침해, 불공정 대외 무역 정책, 불법 보조금 지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우회적인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높아졌다. 미국은 자국이 강점을 지닌 지적재산권을 무기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국내법을 적용하는 국제카르텔 규제 등으로 외국기업을 규제하거나 기술표준 등 무역기술장벽이 보호주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세계경제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통상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계 교역 흐름을 주도해 온 미국의 통상정책도 예외는 아니다.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 노력은 물론, 해외시장의 확대와 보호주의 성향까지 보이고 있는 미국의 행보는 우리나라 기업에게도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박현수<br>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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