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보다 中企 더 큰 고통 정부지원 확대해야”

환율, 이미 손익분기점 지나
지난 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의 환율이 달러당 89엔대를 넘어서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060원대가 무너졌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200원대가 붕괴됐다.
특히 원·엔 환율이 100엔당 1200원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0년 5월 이후 32개월만의 일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생각하고 있는 적정환율이나 손익분기점 환율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어서 중소기업들의 수출채산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의 경우 적정환율은 1달러=1138.21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70.49원으로 나타났다. 엔화는 적정환율이 100엔당 1381.30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1285.65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출채산성지수가 86으로 나타나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연초 달러 대비 일본 엔화의 환율 상승(가치하락) 속도가 한국 원화의 환율 하락(가치상승) 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나 대일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외환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은 86.655엔으로 시작해 11일 88.905엔으로 2.60%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달러당 원화가 1063.5원에서 1054.7원으로 0.83%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변동 폭이 3.1배 큰 것이다. 연초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세계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엔화가치 하락 적극 대응하겠다”

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해 엔화 강세를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던 한국은행도 김중수 총재가 원·엔 환율 급락에 경계감을 드러내며 구두개입했다. 김 총재는 최근 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큰 폭의 엔화가치 하락 등으로 환율변동성이 확대하면 스무딩 오퍼레이션(환율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 외환건전성 조치 등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재가 엔화환율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그동안 환율문제에 “중앙은행 총재는 환율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며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엔저 현상이 심화하며 일부 수출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현상이 가시화하자 결국 구두개입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본시장이 투기적 동기에 의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정부가 당연히 막아야 한다”며 “환율 수준이 아니라 변동폭이 지나치게 큰 것을 조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자본 유출입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은 16일 한 컨퍼런스에서 “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겠지만,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더 큰 고통에 내몰릴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어 대응능력 강화 노력과 함께 정부의 지원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중앙회는 환리스크 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 외환은행과 공동으로 환리스크 무료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외환은행의 전문컨설턴트가 중소기업을 직접 방문해, 환리스크와 수출입업무 전반에 관해 컨설팅을 수행한다. 또한 각 지역을 순회하며 외환은행 전문가가 환리스크 관리 방안을 설명하는 설명회도 개최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양갑수 국제통상실장은 “대기업의 환율하락에 따른 손실을 단가 조정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환차손에 따른 불공정 거래 방지에도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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