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릴리 튤립 컵 컴퍼니’라는 주방기기 회사의 영업 책임자가 있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시카고 인근의 여러 식당을 돌아다니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캘리포니아 인근의 한 작은 드라이브인 레스토랑을 발견했다. 레스토랑은 햄버거와 밀크셰이크를 사려는 손님들로 넘쳐나 밤늦게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영업 책임자는 특유의 사업 감각으로 주인 형제에게 새로운 가게를 열게 해주면 총 판매액의 0.5%를 지불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형제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영업 책임자는 1955년 일리노이 주에 메뉴, 매장구조, 운영방식, 심지어 금색 아치의 식당 로고와 주인 형제의 이름을 고스란히 딴 가게를 오픈했다. 그 식당 이름이 바로 ‘맥도날드’ 였고, 믹서기 영업책임자가 맥도날드의 실질적인 창업자인 레이 크록(Ray Kroc)이다. 전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그때, 그의 나이는 53세였다.
레이 크록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중 한 명이자 ‘에스콰이어’가 선정한 ‘20세기 미국인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50인’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레이 크록은 53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어떻게 햄버거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의 성공에는 세 가지 힘이 뒷받침 되었다.
어둠 속에서 묵묵히 실력을 닦아 때를 만나 날아오르듯, 그의 첫 번째 성공 비결은 어떻게 보면 하찮을 수도 있는 종이컵, 믹서기 영업에 30년 동안 매진하면서 얻은 사업에 대한 높은 안목과 과감한 실행력이 만든 것이었다.
레이크록은 “사람들은 내가 53세가 돼서야 맥도날드를 창업해 하루아침에 성공했다는 데 놀라움을 표한다. 하지만 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재능을 갈고닦다가, 다가온 좋은 기회를 꽉 잡은 것이다. 내가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아침을 맞이하기 전까지 나는 30년이라는 길고도 긴 밤을 보냈다”고 말했다.
안목의 힘으로 기회를 잡은 레이 크록이 두 번째로 집중한 것은 바로 디테일이다.
완벽을 꿈꾼 그가 완성시킨 맥도날드의 작업 매뉴얼은 560페이지에 달한다. 철저한 매뉴얼화와 치밀한 고객 데이터 분석을 통해 ‘누가 사업을 하더라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업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종업원 행동 하나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매뉴얼화 하고 전 세계에서 똑같은 서비스를 실시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체계화 시켰다.
이처럼 디테일의 힘으로 성공을 다진 레이 크록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바로 현장의 힘이다.
과연 53세의 레이 크록이 멀티믹서 8대를 구입한 식당을 찾지 않았더라면 과연 오늘날 맥도날드가 존재했을까? 레이 크록의 성공이 시작된 것은 맥도날드라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면서부터다. 또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를 인수한 후에도 경쟁사를 파악하기 위해 밤마다 경쟁사의 쓰레기통을 뒤진 것으로 유명하다.
안목, 디테일, 현장의 힘으로 세계인의 식문화를 바꾼 레이 크록. 그의 세 가지 힘을 완성한 것은 바로 끈기와 의지였다. 끈기와 의지가 있었기에, 쉰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사업에 대해 도전을 할 수 있었으며,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경쟁사의 쓰레기통을 뒤질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준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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