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지정 연기로 소상공인 막다른 길 내몰려”

“대기업들은 국민의 희생으로 얻은 재력과 경쟁력을 해외 여러 기업과 싸우데 쓰는 것이 아니라 국내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개최된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촉구 결의대회’에서는 행사에 참석한 전국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소상공인들의 불만은 지난달 27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조정 및 중소기업자간 내부의견 조정 등을 이유로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동반성장위원회에 집중됐다.
■대기업 골목시장 잠식 ‘심각’=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김경배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회장이 서비스업 적합업종의 조속한 지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후 김서중 대한제과협회 회장 등 지난해 동반성장위가 권고안을 마련했던 소상공인 단체장들의 호소문 발표가 이어졌다.
단체장들은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영역에 무분별하게 진출해 골목상권의 잠식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으며, 동반성장위는 한시라도 빨리 적합업종 지정에 나서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서중 회장은 호소문에서 “대기업 프랜차이즈의 무분별한 확장과 횡포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13년간 동네빵집을 운영하던 주인이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파리바게뜨는 상호협력이 아니라 동네빵집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수수방관하는 등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재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한편 과장광고와 시장가격 교란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고 있다”면서 “중소매매상들이 키워 온 중고자동차매매시장에 굳이 대기업이 진출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의 자전거 판매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인보식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자전거가 각광을 받자 아무 관계가 없는 대기업이 자전거 소매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인 이사장은 “수퍼나 제빵업계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적합업종 지정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인 회장은 호소문 발표 도중 감정에 복받쳐 잠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문영배 한국화원협회 회장, 김임용 한국가스판매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배영식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도 “소상공인들이 힘들게 개척해온 시장을 대기업들이 손쉽게 빼앗고 있다”면서 적합업종 지정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성장위 연기 결정 “이해 어려워”= 동반성장위는 지난달 27일 제20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서비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등에 대해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이를 한달 정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유장희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합의 조정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일부 품목은 중소기업자간 내부의견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 등으로 인해 서둘러 심의해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특히 관심을 모았던 제과업에 관련해서는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생계형 또는 대기업의 일부라고 봐야 할지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다”며 “시간을 좀 더 가지면 (대·중소기업 간)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연기의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단체들은 이러한 동반성장위의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대기업집단(공공단체)이 직접 서비스업 분야까지 진출하여 중소기업 특히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적합업종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대가 높았다”면서 지정 연기는 “유 위원장이 지난 5월 직접 금년내 일부라도 적합업종을 반드시 지정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것이며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김경배 회장도 결의대회에서 “동반성장위의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 연기로 상당수 소상공인들이 연쇄도산 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소상공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신속한 지정을 촉구했다.
■적합업종 의지 실종 ‘의구심’= 특히 소상공인들은 제조업의 경우 234개 품목에 대해 신청 및 적합업종 지정에 걸린 기간이 7개월 밖에 소요되지 않은데 비해, 신청품목이 43개에 불과함에도 아무 성과가 없다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에 진행된 제조업분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은 5월 적합업종 신청 접수를 시작해 9월 1차 16개 품목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 결정까지 4개월이 걸렸다. 또한 11월 2차 25개, 12월 3차 41개 품목 등 총 82개 품목을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지난해 1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적합업종 지정범위가 서비스 분야까지 확대된 후, 6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단체와 함께 생활형 서비스업 적합업종 조속 지정을 건의하고, 7월23일부터 신청접수에 들어갔다. 즉 결과적으로는 신청접수 후 6개월의 기간 동안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셈이다.
또한 대·중소기업간 자체합의가 이루어진 ‘화원·서점’ 업종에 대해서 발표를 유예한 것과 적합업종 실무위 권고안으로 의결했던 ‘LPG소매·자동판매기 운영·중고차 매매’ 업종에 대해서도 논의 없이 지정을 연기 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들은 대·중기간 합의가 이뤄진 업종에 대해서도 발표를 유예한 점 등을 예로 들며 동반성장위가 서비스업 적합업종 지정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갖고 있는 실정이다.

- 소상공인단체는 지난 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서비스업 적합업종의 조속한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를 포함해 대한제과협회, 한국화원협회, 한국자전거판매조합,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가스판매업,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 7개 업종 단체에서 10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나영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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