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에 신중해지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불경기라고 해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하는 히트상품들이 있다. 일본의 경제지 ‘니케이 트렌디’가 선정한 2012년 10대 히트상품을 통해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은 4가지 히트 키워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키워드는 ‘지역기반 랜드마크 상품’이다. 소비자들에게 돈과 시간을 써야 할 뚜렷한 명분과 상황을 제공한 볼거리와 체험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것이 1위를 차지한 ‘도쿄 스카이트리’이다.
통신탑 중에선 세계에서 가장 높고, 건축물 중에선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828m) 다음가는 634미터의 높이를 자랑한다. 2,500엔이라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개장 두 달 만에 1천만 명이 방문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9위를 차지한 ‘마치콘(街コン)’도 마찬가지다. 동네 상가 번영회 등이 주최하는 대규모 미팅행사로, 참가비를 낸 수백, 수천 명의 남녀가 제한시간 동안 특정 지역의 식당이나 술집을 자유롭게 순례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키워드는 ‘교감과 감성소통’이다. 조금이라도 친밀하게 교감하고 싶은 사람들과 꼭 사람이 아니라도 애정을 투사할 대상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라인’이 이들을 위한 상품이다. 친한 사람과 무료로 잡담할 수 있게 해주는 라인은 출시 6개월 만에 회원 천만 명을 돌파했고, 12월 현재 8천만 명 이상의 유저를 확보 중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기본에 충실’이다. 대표적인 히트상품이 3위를 차지한 ‘국내선 저가항공(LCC)’이다. 2012년 한 해에만 세 개의 저가항공사가 영업을 개시했고, 3사 모두 성수기인 8월 탑승률이 90%에 달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기존의 부가서비스에 추가요금을 부과하는 대신 운임을 1/3에서 절반 수준으로 낮춰 고속철이나 버스를 타던 소비자까지 흡수했다.
네 번째 키워드는 ‘의외의 혁신‘이다. 더 이상 특별할 것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한 상품들이 히트했다. 5위를 차지한 ‘Fitcut Curve’ 가위는 출시 5개월 만에 100만개 판매를 달성했다.
사물이 잘리는 원리를 연구한 플러스社는 가위날의 각도가 30도를 유지할 때 가장 잘 잘린다는 점에 착안해 항상 30도의 각도로 자를 수 있는 가위를 개발했다. 6위를 차지한 ‘JINS PC’ 안경의 경우, ‘시력이 나쁜 사람‘을 위한 안경이 아닌, ‘눈이 나빠지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을 위해 PC 등에서 나오는 유해 청색광을 차단한다는 점을 강조해 1년 만에 75만개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콜라에 지방흡수를 억제해주는 건강기능을 더한 ‘기린 메츠콜라’(8위)나, 흑맥주 특유의 무거운 느낌을 없애고, 톡 쏘는 목 넘김을 강조한 흑맥주계 음료(10위) 역시 고정관념 타파형 히트상품이다. ‘뻔한 제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돌아보기’, ‘기본에 충실하기’, ‘소비자의 입장에서 섬세한 감성에 어필하기’ 등을 통해 2013년 소비자와 기업을 모두 만족시킬 히트상품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정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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