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명절 수많은 사람들이 산과 강을 넘고 들을 건너 고향을 찾고 가족을 만났다. 즐겁게 만나 먹고사는 일을 이야기했을 것이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을 것이다.
민심은 어디로 쏠리는가. 모두가 행복한 나라, 먹고살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후보들에게 기대가 걸리는가.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가. 명절 들뜬 분위기에서 삶의 현장으로 돌아오니 정치인들 말의 성찬과는 달리 현실은 막막하다.
현실이 어떻든 이제 우리사회는 대선 분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삶의 현장을 누비며 종합적으로 정리된 정책을 내놓기보다 곳에 따라 만나는 대상에 따라 인기영합적인 슬로건을 쏟아낸다. 그런 슬로건을 종합하면 서로 어긋나거나 모순 투성이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선거철이면 중소기업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하지만 높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은 눈물을 흘렸다. 왜 그런가. 중소기업 문제는 하루아침에 풀 수 있는 문제도, 또 한 번 풀었다 해서 끝날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현안이 돼있는 0~2세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혼란을 보라. 정부가 내년부터 선별보육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정부를 비난했다. 혼란의 진원지는 정치권이다. 지난해 말 국회가 재원 대책도 없이 무상보육정책을 밀어붙여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인기영합 슬로건 도움안돼
중소기업 문제도 국민경제 전체의 틀에서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상생도 동반성장도 가능한 것이다. 중소기업만을 위한 정책이 어찌 가능할 수 있는가.
중소기업은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는 대선 후보들이 구상하는 무슨 위원회가 만드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지출 등 정부의 도움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가 앞장서면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에 빠진다.
공무원 수 늘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자리는 정부가 아닌 기업의 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이런 단순한 문제를 왜 알지 못하는가. 성장 따로 복지 따로 고용 따로 정책으로 접근하면 실패한다. 경제성장과 고용과 복지 문제를 모두 연결시켜야 한다.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인데도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중소기업의 인력난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좋지 않은 근무환경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를 고민해야지 중소기업의 중요성만 강조하면 남의 다리 긁는 것과 같다.

中企 자생력 제고가 해결책
내수침체로 중소기업 경영활동은 더욱 위축돼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전통시장 기 살리기에 나섰지만 이번 추석명절에도 전통시장은 차가워진 경기를 몸소 느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중소기업이 발전하는데 장애가 되는 풍토나 관행, 제도 등을 잘 만들고 재정비하겠다”고 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대형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보다는 종합적인 중소기업정책을 선보여야 한다.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 스스로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형유통업체를 규제한다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살아나는 게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중소기업의 수만큼이나 많다. 그래서 웬만한 중소기업정책은 헛돌기 마련이다. 상생과 동반성장, 중소기업을 옥죄는 관행·제도 재정비, 골목상권 보호 등 모두가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거래 정착이고 중소기업의 경쟁력과 자생능력 제고다. 중소기업은 기술혁신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스스로 일어서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정치권과 대선 후보들에게 이것저것 주문하고 그럴듯하게 보이는 모범답안을 얻는다고 중소기업 문제가 풀리는 게 아니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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