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만큼 정보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초고속망사업이 95년에 시작됐는데 2002년에는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된 가구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 속도도 급속히 빨라져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Mbps가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50Mbps가 일반화돼 있고, Metro Ethernet은 100Mbp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보 인프라 최고 수준
이렇듯 정보화 인프라와 하드웨어 측면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위치에 올라와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범국민적 정보화 열풍과 기반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막상 정보화를 가장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고 또 투자한 만큼 성과를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각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소기업 차원에서 봤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래도 대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정보화에 대한 투자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어렵게 도입한 정보시스템의 유지ㆍ보수도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이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소기업 중 정보화 도입 및 추진과 관련해 전담조직 또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38%에 불과했다. 다른 업무와 겸직하고 있는 경우가 53%였고, 정보화인력이 전무한 곳도 19%나 됐다.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정보화 인력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정보화인력 부족률은 43%를 넘는다. 정보처리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면 대다수 중소기업의 정보화인력 부족률은 50%를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이 만성적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생산직 또는 연구직 보다 정보화관련 인력난이 훨씬 심각함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이 대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겠다.

글로벌 경쟁시대 생존요건
열악한 중소기업의 정보화 수준을 극복하는 일은 개별 중소기업에는 매우 힘든 과제임에 틀림없다는데 이견이 없다. 정보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초기 투자비용이 클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 확보ㆍ업그레이드 등 시스템 유지관리에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중소기업 입장에서 투자효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보화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은 CEO로서 매우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열악한 정보화투자 여건 속에서도 중소기업들의 정보화투자 마인드가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정보화를 통해 간접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기업이 생존 발전해 나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인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조합 정보화나 소기업네트워크사업, 그리고 생산정보화 사업 등에 신청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 재원으로 정보화투자를 실행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출발은 늦어도 일단 시작하면 빠르게 대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자금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투자에 그만큼 더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제약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과 인식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 수준의 정보화인프라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 정보화, 특히 중소기업의 정보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업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적 초점도 점차 이 방향으로 맞춰져 가고 있다.
정보화된 중소기업이 없이는 진정한 의미의 e-Korea도 구현되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제는 중소기업이 뛰어야 할 차례다.

백낙기(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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