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업의 승계는 이어달리기 경주에 비유된다. 아무리 잘 훈련된 선수라 하더라도 계주경기에서 바통을 놓치거나 전달과정에서 넘어지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는 것처럼 가족기업의 승계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여러 가지 위험요인이 잠재돼있는 지뢰밭에 해당한다.
가업승계를 원만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가족기업의 경영상 특성과 승계와 관련한 핵심과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승계에 따른 조세부담 등 비용관리, 후계자 선정·육성, 이해당사자 관리, 예상되는 위험에 대한 고려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족기업 리더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는 역량있는 후계자를 육성하는 일이다. 승계와 관련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효과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승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과 갈등, 분쟁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가족 구성원과 비 가족 임직원, 주요 고객·거래처, 주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상속세·증여세 등 무시할 수 없는 승계비용을 최소화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계획적으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
가족기업의 대부분은 창업 당대에 문을 닫고 대를 이어 장수기업으로 존속하는 기업은 선택된 소수에 불과하다. 가족기업의 장기생존율이 낮은 주된 이유는 가업승계의 어려움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자·후계자·가족 관리 중요

특히 많은 가족기업 리더들이 승계과정에서 조세부담 절감이나 주식·재산 분배 등 물질적인 분야에 관심을 집중하는 나머지, 더 중요한 요소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업의 승계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해야하는 핵심 인물은 다름 아닌 가족기업의 리더인 창업 CEO 자신과 후계자, 가족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승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가족기업 리더의 승계에 관한 확고한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가족기업 리더는 기업 지배구조를 어떻게 구성하고 소유권을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관해 비전을 명확히 설정하는 한편, 적합한 후계자를 선정해 역량 있는 리더로 육성해 가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후계자는 가족기업의 앞날과 가족의 화합을 책임지게 될 리더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기업경영에 필요한 역량을 착실하게 배양해 나가야 한다. 가족기업 리더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상호신뢰와 원만한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다른 가족 구성원들로부터는 부모세대가 일궈놓은 가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할 수 있으며 가족의 화목에도 공헌할 수 있는 리더십과 덕망을 갖춘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장기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기업의 관점에서는 스마트한 의사결정 능력과 함께 경영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네트워킹 역량을 겸비하고 임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만한 덕성과 인격도 갖춰야 한다. 가족기업에 대한 헌신과 열정, 적극적인 경영 참여 의지 또한 매우 중요하다.
후계자로서 갖춰야 하는 이러한 자질과 역량은 그리 쉽게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후계자가 갖춰야 할 역량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가족기업 리더가 후계자 육성계획을 마련하고 기업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 또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온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가업을 승계하는 것은 가문의 자랑이지만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발생하는 분쟁이나 도를 넘는 갈등은 가족의 화목은 물론이고 가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커다란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가족기업의 승계는 최고경영자 한 사람을 교체하는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준비과정에 해당한다. 잘 준비된 승계는 창업세대가 평생에 걸쳐 일궈놓은 사업의 새로운 도약과 함께 가업의 영속성을 가능케 하는 토대를 구축해준다. 동시에,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가치에 해당하는 가족의 화목과 번영을 가져다주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잘 준비되지 못한 가업승계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체계적인 준비와 이해당사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것이다.

조병선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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