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견인…올해들어 성장률 둔화”

브라질 등 중남미 경제는 어느덧 세계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중남미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6.8%에서 2011년 8.2%로 커졌다. 2011년 브라질의 경제 규모는 세계 6위이다. 그러나 2012년 들어 수출 급락, 성장률 둔화, 금융시장 불안 등 중남미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남미 주요국의 2012년 1분기 수출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급락하고, 주가 하락,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도 크게 불안하다.
이로 인해 유럽의 재정위기가 과거 빈번히 위기를 겪었던 중남미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2011년 對중남미 수출 비중은 7.2%이고 대표적인 무역수지 흑자 지역이기 때문에 중남미 경제의 향방은 한국경제에도 매우 중요하다.
중남미 국가들은 유럽의 금융부문과 연계성이 커서 최근 유럽 재정위기에 취약하다. 중남미 국가는 유럽은행에 대한 차입 비중이 높은데, 특히 아르헨티나의 對 스페인 차입 비중은 45.6%이다. 또한 브라질 주식시장의 외국인 투자 중 34.8%, 아르헨티나 채권시장의 58.8%가 유럽계자금이다. 또한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에 따른 낙인효과와 정책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금융불안 정도가 가장 높다.
두 번째 원인은 중남미 국가는 對유럽 수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증가율이 급락하고 있다. 2011년 對EU 수출 비중을 보면, 브라질이 20.7%, 아르헨티나가 16.4%, 멕시코는 5.5%이다.
2011년 상반기 20∼30%대였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수출증가율이 2012년 4월까지 각각 4.5%, 3.8%로 크게 둔화됐다.
중남미 경제가 흔들리는 세 번째 이유는 높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의 역풍 때문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원자재 수출 비중이 60%대로 높다.
따라서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가 악화되어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할 경우 충격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남미의 對中 수출은 철광석, 대두 등 원자재가 대부분이어서 중국의 경기 위축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남미 경제가 흔들리는 원인 중 마지막은 중남미의 고질적 부정부패, 관료주의, 불안한 노사관계 등 비즈니스와 관련된 위험이 커졌다는 점이다. OECD국가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인 멕시코도 치안이나 부정부패 문제가 여전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간에 끝나기는 어렵기 때문에 유럽과 금융 및 수출 모두 연계성이 큰 중남미 경제의 성장 정체는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중남미 경제의 버팀목이 단단해져 현재의 부진이 과거와 같은 위기 재현으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남미 경제가 ▲개선된 재정 및 외환시장 안정성 ▲내수 기반 및 제조업 경쟁력 ▲자원 및 인프라 투자 잠재력 ▲정부의 경제개혁 추진력 등의 버팀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제 버팀목 활용도는 각국 정부의 추진력과 재정 여건, 투자 유치 능력 등에 따라 국가별로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심해유전 개발과 월드컵 및 올림픽 개최를 위한 투자가 경제의 모멘텀이 될 것이며, 멕시코는 제조업 경쟁력이 강하고 높은 對美 의존도로 인해 수출이 받는 충격이 상대적으로 약할 것이다. 아르헨티나도 셰일가스와 대두 등 농업 분야 투자 기회가 크지만 YPF 국유화 이후 외국인 투자 유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추진력은 약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빠르게 회복한 중남미 경제의 저력으로 볼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FTA 등 시장 확대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의 진출 유망 분야로는 브라질 심해유전과 멕시코만 해양유전을 겨냥한 드릴십, FPSO 등 해양 플랜트,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6년 리우 올림픽 등을 위한 교통 인프라, 치안불안 상황을 겨냥한 보안장비 시장 등이 있다.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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