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 악화 지속…국내 투자금 회수여부 관심”

최근 유럽은 재정위기 확산으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유로 회원국이 아닌 영국이 더블딥에 진입했다. 영국은 2011년 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를 기록한 데 이어 2012년 1분기에도 -0.3%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고강도 긴축정책을 추진하던 보수당의 지지율도 노동당에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영국경제의 불확실성은 재정위기로 고전하는 EU 경제에 부담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최근 유럽에 불고 있는 ‘성장 對 긴축’의 논란을 가열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경제에 있어 민간소비는 GDP 구성 항목 중 가장 큰 기여를 하는 요소이다. 금융위기 이전(1990~2008년) 민간소비의 성장 기여율은 약 72.5%로 프랑스 55%, 독일 34%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다. 특히 실질 가처분소득의 감소는 전체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한함으로써 민간소비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2012년 1분기 가계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9,421억파운드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2분기 수준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주택경기가 2012년 들어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으며, 소매판매 증가율이 급감하고 소비자 심리 지표도 악화되는 등 민간소비 회복에는 아직 한계가 있어 보인다.
둘째, 지역 측면이다. 2012년에는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어 개최 도시인 런던을 중심으로 경제회복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 영국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런던은 영국 전체 GDP의 21%, 세수의 18%, 고용의 15%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보다 소득수준이 높아 소비여력이 크기 때문에 경제회복의 중요한 변수다.
실제로 런던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총 7억 5,000만파운드(1조 3,800억원) 가량의 직접적인 소비지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셋째, 정책 측면이다. 경기가 침체되는 반면, 물가상승세는 약화되고 있어 정책 당국은 양적완화를 정책 옵션으로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영란은행은 현재까지 3,250억파운드 가량의 양적완화를 시행했다. 실제로 2011년 5%대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2012년 들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1년간 인플레 압력 요인들이(2011년 부가세VAT 인상, 유가 및 곡물가 급등, 교통비 상승 등) 제거됨에 따라 2012년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는 더욱 하락할 전망인데, 이는 중앙은행이 정책 시행에 대한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지난 3년간 영란은행은 양적완화를 시행함으로써 효과를 거둔 바 있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양적완화가 물가를 0.75~1%p 상승시키는 한편, GDP는 1.5~2.0% 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양적완화의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채금리(10년물 1.75%)가 충분히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양적완화는 처음 정책을 시행할 때의 서프라이즈 효과(surprise effect)보다 파급력이 작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영란은행의 위험자산 보유 증가와 인플레이션 재부각에 대한 우려로 추가적인 양적완화도 대규모로 시행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더구나 지난 3년간의 양적완화 정책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리스크 회피 성향으로 인해 시중 은행들이 풀린 돈을 가계나 기업에 충분히 대출해 줄지도 의문이다.
하반기 영국경제 전망을 정리해보면 물가 하락으로 실질 가처분소득이 증가하면서 민간소비가 다소 회복될 여지는 있겠으나, 주택경기 부진, 소비심리지표 악화 등은 계속 소비 증가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한국의 전체 해외차입 중 가장 높은 비중(27.4%)을 차지하는 중요한 국가이다. 그런 만큼 영국경제의 하반기 불확실성 확대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파운드화 변동성 확대, 일부 유럽계 자금 회수 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영국 및 EU 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비해 유연한 기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최근 영국 및 EU에서는 유로존 불확실성 지속으로 인해 하이패션과 고가 제품의 판매가 둔화되는 반면, 에너지 절약 상품 등의 저가 제품 판매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우리 기업들은 변화하고 있는 EU 소비자들의 신중하고 까다로운 구매태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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