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서 배우는 플랫폼 전략

포춘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 중에서 약 40%가 MBA인데 그 중 20%가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출신이라고 한다. 그래서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경영자 사관학교’라고 부른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세계 일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플랫폼 전략 관점에서 살펴보면, 하버드 경영대학원 자신이 하나의 플랫폼이 되어 교수, 학생, 기업, 동문을 연결해서 생태계를 만들고 서로가 서로를 모이게 하는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구심점이 필요한데, 이를 만들기 위해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자신만의 교육방식을 찾는 일이었다. 설립 초기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세계를 변화시킬 리더를 양성한다”를 목표로 해왔다. 이 목표를 이루는 하버드의 교육방식은 바로 사례 연구(case method)였다.
사례연구는 1925년 처음 강의에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하버드 경영대학원 하면 사례 연구를 떠올릴 정도로 하버드 교육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전체 강의의 80%가 사례 연구로 진행되기 때문에 MBA 학생들은 2년간 1천 개에 가까운 사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하버드만의 독창적인 사례연구방식은 네트워크 효과를 일으키는 중심이 된다. 사례 집필을 위해 교수들은 직접 각 기업에서 몇 달간 조사를 벌인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경영대학원에서 발간하는 사례에 등장하는 것이 대단한 홍보이자 명예이기 때문에 협조를 아끼지 않고, 기업의 경영자가 직접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교수, 학생과 기업의 경영자 간에는 밀접한 유대가 형성되는데 자연스럽게 취업이나 컨설팅 등을 통해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교수, 학생과 기업 간에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철저하게 경영자 양성을 목표로 설계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총 78,000명의 졸업생들은 모교를 위해 아낌없는 기부를 하고 있다. 2012년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28억 달러, 즉 3조 원이 넘는 기부금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167개국에 있는 졸업생들은 각지에서 100개가 넘는 동문 클럽을 결성하며 끈끈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1975년에 경영자 과정을 이수한 인도 타타그룹의 회장이 2011년 5천만 달러를 기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졸업생은 원하는 기업에 취업을 해서 후원금을 통해 모교에 힘을 더하고, 전 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은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모여드는, 장기적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선순환 효과에 힘입어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100년 넘는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병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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