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공감도를 높여라”

최근 다른 사람의 감성을 이해하고 이를 활용할 줄 아는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고객과 조직구성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를 경영에 활용할 줄 아는 능력 즉, 공감 능력이 중요하다. 만약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우선 공감이 부족한 기업은 조직 개편, 사업 조정과 같은 조직의 중요한 변화를 직원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 탑다운으로 추진하기 때문에 의도한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
디즈니의 전CEO 마이클 아이스너는 디즈니의 핵심가치인 꿈, 상상력을 무시한 채 수익성에만 관심을 두어 ‘욕심 많고 영혼이 없는 회사’로 만들었다는 직원들의 반발로 2005년 결국 퇴진했다. 둘째, 공감이 부족한 기업은 자만심에 사로 잡혀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시장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는데 실패한다. 1990년대 후반 에릭슨은 고객의 선호가 세련된 디자인으로 변화하는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음성서비스와 같은 기술력에만 집착하여 시장점유율이 하락 했다. 셋째, 공감이 부족한 기업은 협력회사와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협업을 잘 못한다. 닌텐도는 1990년대 중반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협력업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내부의 복잡한 규율을 그대로 요구하여 많은 협력업체들이 소니로 이탈하였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노화 증상을 극복하고 조직의 공감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우선, 사업 및 전략측면에서 보면, 조직이 공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 임직원 및 고객, 협력회사와 끊임없이 교감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사업에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립스는 에인트호번에 있는 자사의 ‘하이테크 캠퍼스’를 외부에 개방하여(open innovation) 외부세계와 호흡하는 허브로 성장시켰으며, 아마존은 2010년 페이스북과 제휴해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였다.
한편, 직원의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이를 신사업 기획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한데, 구글의 G메일, 애드센스 등 핵심 서비스도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다. 사람과 리더십 측면도 동료와의 협력, 고객과의 공감을 잘하는 직원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글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즐겨하는 닌텐도 게임, 레고 등 게임 대회를 대학교에서 개최하여 기존 구글러와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한다. 구조, 시스템 측면에서는 직원 및 고객과 교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IBM은 2003년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밸류잼(Value Jam)이라는 전직원이 참여하는 난상토론을 실시하였고 그 결과 전직원이 공감하는 IBM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핵심가치를 도출할 수 있었다. 직원 뿐 아니라 고객과의 교감을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중요한데, 돌체앤가바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활용하여 고객과의 공감을 확대하였다.
즉, 2009년 가을 패션쇼에 초대받은 파워 블로거들이 패션쇼 감상 소감을 트위터에 실시간으로 올렸고, 수만 명의 잠재고객들이 올리는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었다. 공감을 제고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고객 및 직원간 공감 형성을 아예 조직의 핵심가치로 정립하는 것이다. 조직구성원들이 협력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 픽사는 모든 직원들이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동료문화(Peer Culture)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조직구성원에 대한 배려와 존중, 고객에 대한 통찰력과 이해, 더 넓은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경쟁 기업에 비해 새로운 기회를 조망하는 반경이 넓고, 변화하는 환경과 사업 기회를 연결시키는 능력도 높다.

진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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