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해도 외롭고
안 해도 외롭고
우리는 서로 외롭다고 말한다. 아내는 남편에게 자기가 더 외롭다고 말한다. 남편은 직장에서 오는 고독이 더 크다고 말한다. 결국 인간은 외로운 존재다. 결혼하지 않아도 외롭고 결혼해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다.
샐러리맨은 자기가 더 외롭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CEO는 ‘샐러리맨의 고독은 새발의 피다. CEO의 고독이야말로 진짜다.’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실제로 CEO는 외롭다. 그 외로움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다. 우리나라 CEO는 오랫동안 ‘왕따’ 당해 왔다. 일종의 범죄자 같은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때도 있었다.
그나마 CEO가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된 것은 미국식 자본주의가 기업 위주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IMF 통치기간 동안 기업이 무너지고, 그 기업의 오너나 CEO들이 얼마나 어렵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나마 CEO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긴 했지만, 그 고독은 여전하다.

고독을 누구와 나눠 가지랴?
사실 CEO의 고독은 살인적이다. “어떤 날은 피가 마른다. 수표를 막지 못해 은행에 가서 애걸복걸 끝에 해결하고 돌아온 날은, 이부자리가 물에 담근 것처럼 젖어있기도 하다. 그 고독을 아내인들 알 것인가?”
지금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 그런 일이 없지만 심하게 회사가 무너져간다고 느낄 당시는 잠자리에 오줌을 싸기도 했다는 K사장.
돈 문제, 사람 문제, 성취 욕구 미달에서 오는 고독 등, CEO는 고독에 시달린다. 거의 대부분의 CEO가 고독을 두려워 한다. 특히 최종 결정자로서의 책임의 분담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오는 고독이 가장 크다. 사실 CEO의 책임을 공유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고독이 두려운 CEO는 그래서 밤마다 술을 마시기도 하고, 술집 아가씨를 고독해소 파트너로 삼기도 한다.
아내 외의 침실 파트너를 숨겨놓고 있는 CEO의 대부분이 고독 해소용이라고 한다. 회사 간부나 친구를 붙들고 자기 술회를 하는 것도 고독 기피 방법의 하나.

술자리의 고독과 전쟁터의 고독
대통령도 고독하다. 며칠 전 오후 당정협의차 청와대에 온 당 대표에게 “저녁이나 같이 합시다”했단다. 말하자면 그 날 대통령 노무현도 저녁 약속 없는 외로운 신세. 당대표는 선약이 있다고 대통령을 뿌리치고….
그러나 고독을 두려워하는 CEO가 되지 말라. 고독할 때 인간은 가장 강해지는 것이다.
외롭다고, 책임을 나눠 가질 사람이 없다고 이 사람 저 사람을 불러 얘기를 나누는 CEO. 그러나 회사가 어려울 때 사장만큼 책임감을 느끼는 중간관리자나 중역은 없다.
오히려 ‘예 해보겠습니다’를 항상 외치는 중역을 너무 믿었다가 낭패를 본 CEO도 있다. 자금 마련해 온다고 큰 소리 치더니, 아무래도 회사가 어려울 것 같자 슬그머니 사표 내고 사라져 버린 중역.
외로운 것이 CEO의 운명. 밤새 퍼마신다고 해서, 여자를 안는다고 해서 CEO의 고독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외롭다고 아무나 집적대지 말라.
전쟁터만큼 외로운 곳도 없다. 사람이 들끓고 북적대지만, 생과 사의 문제를 오직 자기 자신의 힘으로 해결해야 하는 전쟁터의 고독을 아는가? 기업은 전쟁터다. 그래서 CEO의 고독은 항상 전쟁터의 고독이다. 고독 씹다가 이빨 부러진 사람은 없다. 외롭더라도 어금니를 악물고 뛰어야 하는 것이 아직은 이 나라 CEO의 운명이다. 그 고독을 껴안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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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드림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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