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께서는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십니다. 월말이 되면 아버지나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수금이 잘 안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만큼 현금의 원활한 유통이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겠지요.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아버지를 두고 자라왔기 때문인지 저도 관련한 문제가 무엇이 있는지 많이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어음’ 제도는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어음’이란 미래의 일정기일에 일정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증권을 말합니다. 약속된 기일이 되면 일정 금액을 지급받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약속된 기일 전에 은행에 가지고 가면 일정의 할인율을 적용받고 현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일정액의 수수료를 감수하고 현금을 빨리 융통시키는 것입니다.
물건을 납품하고 이에 대한 대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 중에 하나가 바로 ‘어음’일 것입니다. 예전 종이어음을 지급하던 시절에는 직접 수기로 작성해야할 뿐만 아니라 어음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직접 받으러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습니다. 종이어음에서 발전된 형태인 전자어음은 온라인상에서 직접 어음을 작성하여 손쉽게 보내는 방법으로서 현재는 주로 전자어음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음이 남발되면 현금이 융통되지 않아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 입장에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직원들 월급날짜는 다가오는데, 당장 수중에 있는 것이라고는 현금이 아닌 어음일 때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오죽할까요. 어음을 지급하는 입장에서는 당장 현금이 없이도 대금결제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음을 매우 유용한 지급수단으로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기도 합니다.
받는 입장으로서는 당장 현금을 지급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은행에서 할인받을 경우 수수료만큼의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음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지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작은 중소기업 간의 거래시에는 현금을 당장 융통하기 어려워 어음을 지급하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합니다. 물론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경우에도 주로 어음이 지급된다고 합니다. 대기업도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현금융통이 어려워 어음을 지급하는 것 일까요? 상당 부분은 어음 지급기일까지의 현금 보유를 통한 이자수익을 위해 주로 어음이 지급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 자금 소통의 원활화 등을 위해 어음 지급에도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은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금의 보유가 일정정도 이상이 되는 대기업에서는 중소 하청기업들에게 어음대신 현금을 직접 지급해 주는 것은 어떨까요? 어음의 존재이유 자체가 자금의 확보와 어음지급기간까지의 수익률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등에 있는 만큼 어음의 중요성 또한 무시할 수 만은 없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수 많은 중소기업들이 신속하지 못한 자금의 소통에 매우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음지급의 일정 제한도 한번 고려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하나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생 블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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