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업을 보고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신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것인지 과학적으로 조사하고 테스트한 후에 양산체제로 들어간다.
정부는 그동안 많은 개혁안(신제품)을 만들거나 구상해 왔으나, 어떤 당위성이나 자가논리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스타일이다.
요즘은 각종 시민단체, 노동조합 등이 정부 개혁안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형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지만 그들이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개혁공식 투명해야 성공
최근에는 소위 보수 대 진보(개혁)의 갈등구조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부는 양쪽 목소리를 들어가면서 가급적 개혁 기조를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한다. 그것은 때때로 아슬아슬한 곡예처럼 비쳐진다. 여론수렴이란 명분 때문에 목소리가 큰 쪽으로 기울어지게 마련이고 그래서 사안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결론들이 나오게 된다. 지금은 21세기 글로벌 디지털 시대이니, 우리는 개혁 기조가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하고 가급적 성공적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개혁에도 공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식 자체가 투명하고 개혁적이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 걸맞는 여론수렴을
기왕지사 정부가 각종 대안을 개혁적으로 입안하고 다수의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면 구태의연한 여론청취 방식보다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선진기업의 경우, 대중적 소비제품은 50만, 3백만명의 웹 패널 멤버가 동원된다. 특수 전문품목의 경우도 최소한 수만명을 동원하는 베타 사이트가 이용된다. 일개 기업도 이렇게 하는데, 국가가 임의 선정한 일부 단체들에 치중하는 여론수렴 또는 일부 지도층 인사에 국한하는 여론청취를 한다면 곤란한 일이다. 이제 게시판, 채팅, 이메일, 온라인 투표 등은 초보기술에 속한다. 의견(언어정보) 저장 정보펌프, 신제품의 속성별 선호를 분석하는 웹기반 컨조인트 분석, 리드유저 패널에 의한 대량 맞춤식 설계, 의견교환과 함께 대안수정 및 반복계산을 하는 VCT(Virtual Concept Testing) 등 리얼타임 웹 인터페이스 실험방식이 이미 실용화됐다.

중소기업의 소리는 누가 듣는가?
한국의 중소기업은 업체수로 볼 때 거의 3백만개에 달한다. 이러한 엄청난 숫자를 단지 하나의 경제이익단체 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중소기업은 시민사회의 기간과 중견을 형성하는 확고한 틀로 존재한다.
중소기업은 이제 국민 생활의 큰 일부분이 됐다. 경제문제는 물론이고 사회, 문화, 교육, 지역개발 등의 문제에도 적당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각종 여론 패널 구성에서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비중을 고려해 비율에 합당한 인원수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퀵 프로토타이핑 정책개발을
세상에 완전한 인간이 존재하지 않듯이 100% 완전한 정책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꺼번에 완전한 대안을 만들어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시행하겠다고 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중요한 것은 신속한 피드백, 신속한 수정과 개선이다.
퀵 프로토타이핑(Quick Prototyping)은 조금씩 신속하게 시작하고 조금씩 신속하게 실험하고 조금씩 신속하게 개선하는 방법으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Make a little, try a little, sell a little, and repeat”라는 3M사의 표어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주5일제만 해도 그렇다. 신속한 피드백, 개선, 그리고 조금씩 실험해보면서 차츰 확대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말이 많은 고용허가제, 교육시장개방, 내수 진작 등의 정책전환 과제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이재관(숭실대학교 중소기업대학원장)
jklee@ss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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