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름’을 사들고 관람에 나선다. 엘리베이터 앞 유리창 앞으로 비경이 펼쳐진다 아찔한 절벽에 큰 구멍을 뚫어 놓은 듯한 석문. 눈으로만 봐도 탄성이 나올 정도의 크고 멋진 석문이다. 협곡의 양쪽은 모두 깎아 지른 절벽이 감싸 안는다. 먼지 풀석거리면서 한없이 내려 가는 길. 절경에 취한 채 연신 셔터를 누르고 있다.

저 멀리 발 밑으로는 잘 지어놓은 한옥이 있다. 장이모우 감독이 2006년도에 촬영했던 황비화 세트장인 것이다. 이 길은 당나라 시대 궁전의 역도다. 수도 장안을 중심으로 7개의 중요 역도가 뻗어 있었다. 장안에서 복건성 천주까지 잇는 역로(驛路)는 중국 남북을 연결하는 중요한 우편도로였다. 당시 1,639개의 역이 만들어졌고, 중앙 정부의 영이 내려지면 두 달 내에 전국에 전달되었다. 갱 아래 부분에 역이 있었다.
어쨌든 세트장을 지나고 나서는 평평한 도로가 이어진다. 어김없이 지역 특산물이나 풀을 엮어 소품을 만들어 파는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 언젠가 읽은 기사에는 어린아이를 난전에 풀어 놓고 관광객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었다. 이 아이들도 그런 연유로 나온 것이리라. 처량해서 더 많은 잔돈 푼을 꺼내게 됨은 어쩔 수 없는 사람 심리. 걷기 힘든 사람을 싣고 가는 가마꾼도 많다. 웃통을 벗어 젖히고 2~4명의 가마꾼들이 한 사람을 싣고 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애처롭다. 대부분 까많게 그을린데다 워낙 힘겨운지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군살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 자기보다 훨씬 비대한 사람들을 태워 비지땀을 흘리는 그들은 거리 가늠을 못하는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기 일쑤다.
한없이 걸었다. 간간히 기암이 이어지고 멋진 석문도 또 만난다. 단체 관광객을 인솔한 가이드들의 설명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에는 3개 정도의 석문이 있다고 하는데 그중 한 곳이리라. 석문을 빠져 나와 다리를 건너자 이끼가 무성한 돌 벽 옆으로 자그마하지만 시원한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그 이후로는 딱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좋은 모습도 다리가 지쳐가고 더위에 피곤이 쌓여지면서 반감되고 있는 것이다. 3km가 이렇게 길었나 할 정도로 많은 시간을 걸은 듯하다.
이어 부용강과 오강이 합류하는 부용동 관광지구를 찾는다. 부용동굴탐사와 유람선 여행을 할 수 있다. 약 100만 년 전에 형성된 부용동굴은 3개 큰 동굴로 이뤄져 있는데 70여 종의 종유석이 있다. 1995년 일반인에게 정식으로 개방됐는데 총 2,5km 구간 중에 1.8km만 개방된다. 수직으로 된 우물 형이 가장 많은데 현재 국내외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크다. “중국국가지리”에서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굴’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무리 멋진 들 부용강 협곡을 유람하는 모습만 하리. 동굴을 빠져 나와 부용강 유람선을 탈 수 있는 케이블 쪽으로 다가간다. 부용강은 오강 하류에서 가장 큰 지류. 전체 길이는 226.6km인데 무릉현 내의 길이는 35km다. 유람선은 20km구간만 운항하는데 총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유람선을 타려면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야 한다. 비룡포, 주자계, 호접곡, 옥토망월 등의 비경과 묘족과 토가족의 생활풍습을 볼 수 있으며, 소삼협을 능가할 정도로 멋지다는 부용강 유람은 정작 보는 걸로 만족했다. 이것으로 무릉현 여행을 마치고 중경으로 향한다. 무릉은 분명 멋진 풍치구지만 음식이 지나치게 중국적이다. 비위 좋은 필자에게도 음식은 고역이었다. (계속)

■이신화·『DSRL 메고 떠나는 최고의 여행지』의 저자 http://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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