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꼽으라면 개심사다. 한때는 이곳에서 6개월정도 머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해가 질 무렵 절집 대웅전 문을 두드렸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찰중 세 번째라고 꼽은 적도 있었다. 그 말이 와전 되어서 인지 운산면 분식집 아주머니는 이 절집을 전국적으로 세 번째로 아름다운 곳이라고 했다. 아주 오랜만에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배낭을 챙겨 들었다.
운산면에서 개심사로 가는 길은 예나 지금이나 별다르지 않다. 김종필씨의 소유였다는 삼화목장터를 지나고 개심사 팻말따라 시멘트 길을 오른다. 삼화목장을 지나칠 때 만나는 육교는 소의 통로이므로 경적을 울리지 말라는 경고가 쓰여 있었던 같다.
그러나 정작 방목된 소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강아지풀과 가을 들꽃과 잡풀을 벗삼아 저수지를 지난다. 울창한 홍송이 반기는 개심사 주차장. 세심정이라는 돌팻말을 따라 계단을 올라서 절집까지 올라가면 된다.
하지만 절집까지 올라가는 샛길이 있다. 마을에서 왼쪽 소로를 따라 가면 절집까지 차를 댈 수 있다. 마주오는 차를 만날까봐 내내 노심초사하면서 올라가는 부담만 느끼면 된다. 이곳은 봄철 벚꽃이 만발할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나 있다.
하지만 늦가을에 더 정감이 간다. 찾아오는 이 적은 호젓한 산길과 울울창창한 숲길, 그리고 빨갛게 익어가는 홍시가 가슴에 와 닿는다.
상왕산(307m)의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개심사(운산면 신창리). 충남 4대 사찰 중의 하나다. 백제 의자왕 14년인 651년에 혜감국사가 창건해 고려 충정왕 2년인 1350년에 처능대사에 의해 중건되었으며 대웅전의 기단만이 백제때의 것으로 건물은 조선 성종(1475)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다시 중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대웅전(보물 제 143호)은 청건당시의 기단위에 조선 성종 15년(1484)에 중창한 다포식 건축양식으로 그 작법이 미려해 건축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특히 심검당의 기둥은 그 흐름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산속에 폭 쌓여 있는 절집이라서 정작 앞은 트이지 않았다. 분지처럼 숲속에 꼭꼭 숨어 있다.
이곳까지 와서 절집만 들러보고 가면 아쉽다. 절 뒤켠 산속에 있는 산신각까지 올라서야 한다. 굵직한 나무 숲 사이를 헤집고 올라가는 산길. 5분도 채 안 걸리는 위치다.
이곳에서 절집을 한눈에 내려다 봐야 제대로 본 것이다. 개심사와 연계되는 여행지는 해미읍성이다. 해미는 작은 면소지인데 마을 안쪽으로 쌓은 해미읍성이 있다.
조선시대 읍성 가운데 전북의 고창읍성과 함께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데 사적 제116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충청도 병마절도사의 사령부가 있었던 자리다. 둘레가 2km, 높이가 5m, 임진왜란 직전에 이순신 장군이 여기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본래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이 성의 군사적 중요성이 떨어지면서 사령부가 덕산으로, 다시 청주로 옮아가고 그저 읍성으로만 남게 되었다. 동헌을 비롯한 관아건물도, 남문, 동문의 누각도 쓰러졌다.
읍성의 남문인 진남루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너른 운동장 같이 펼쳐진 곳에 학생들이 아수라장으로 놀고 있다. 동헌을 향해 걸어가다보면 호야나무 하나가 있는데 그곳에 팻말이 있다. 이 나무가 바로 천주교도를 학살했던 나무다. 지금도 철사자국이 있다고 한다. 김대건 신부도 이 나무에서 순교했다고 전한다.
1866년 천주교 박해때 해미읍성은 감옥소가 되었다. 무려 1천여명이 처형된 형장으로 이용되었다.
당시 내포땅에는 김대건 신부 아래로 천주학이 크게 퍼져 있었다. 그래서 천주교도의 수도 많았다.
읍성은 일제시대가 되면서 관아건물은 면사무소가 됐고 객사는 학교가 됐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자가 나타난다.
이곳에서는 해미읍이 한눈에 조망되는데 일제시대때 민간의 신앙지를 없애려고 신사를 세웠다고 한다. 1973년에는 읍성안의 모든 관민 건물을 허물고 공원으로 만들었다.
■대중교통 : 서산- 해미- 운산행 시내버스가 수시 운행
■자가운전 : 천안-온양-예산-45번 국도- 덕산- 해미-647번 지방도-운산초등학교-개심사/서울 -서해안고속도로-서산IC-647번 지방도-운산초등학교-개심사/평택-34번 국도-삽교천-당진-32번 국도-운산면에서 좌회전-647번 국도-주유소 앞에서 팻말따라 좌회전-해미읍성은 계속 직진.
■별미&숙박 : 개심사 앞에는 어죽을 잘 끓이는 집이 있다. 또 개심사에서 한참 떨어진 곳인 도로변에 있는 물레방아가든도 어죽을 잘 끓인다. 숙박은 민박이 있다. 이곳까지 들렀다면 수덕사-남당리 서해안 바닷가 여행과 연계해도 좋다. 서해안에는 대하가 제철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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