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은 ‘시장·법치 균형회복’

전세계를 불안에 몰아넣은 위기의 원인과 극복방안에 대한 각계의 주장이 쏟아지고 있다.
신작 ‘위기 그리고 그 이후’(위즈덤하우스 펴냄)에서 프랑스의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자크 아탈리는 현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위기의 근원을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으로 지목한다.
아탈리는 먼저 12세기께 벨기에의 소도시 브루게에서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후 금융의 중심지에서 끊임없이 발생했던 위기의 역사를 살피며 지나간 위기 속에서 교훈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위기는 역사상 상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느냐에 따라 그 이후의 세상은 위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1929년의 대공황은 결국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졌지만 17세기 발생한 ‘튤립공황’은 이후 네덜란드가 150년 동안 세계를 장악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위기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현 위기의 중심지인 미국에서는 일단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으로 발등의 불은 꺼진 듯 보인다.
그러나 아탈리는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2년, 5년, 어쩌면 10년에 걸쳐 불황이 계속될 수도 있으며 불황이 이처럼 오래도록 지속할 경우 아무리 공적자금을 투여한다고 해도 경제를 쉽게 되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내놓는다.
위기의 근원을 ‘시장과 법치성의 불균형’으로 지목한 아탈리는 이제 그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만이 위기에 대한 대책이라고 주장한다.
민주주의가 지닌 권력을 통해 시장권력과의 균형을 도모해야 하며 시장 중에서도 특히 금융시장의 권력을 법의 권위 밑에 두고 ‘정보선점자’들의 권력을 시민의 권리 밑에 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보를 선점해 다른 사람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보의 공평한 분배와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기제가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 제시도 이어진다. 우선 각국의 경제 질서를 되찾으려고 저축률을 현저히 높여 빚을 갚도록 해야 하며 주택가격의 하향 안정, 대출금 상환 유예기간 인정 등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규제체제의 정비를 위해 국제통화기금(IMF)도 변해야 한다. 여러 곳으로 분산된 감독권한을 IMF로 모아주고 강화시켜 IMF를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규제기구 설립을 준비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선진 8개국모임(G8)을 G20으로 확대하고 G20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합해 경제적 힘과 정치적 정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탈리는 “‘위기’라는 악은 우리에게 ‘기회’라는 선을 부여했고 일탈은 제어를 위한 기회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은 절대적으로 군림하는 주인이 아니며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효율적인 하나의 기제에 지나지 않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양영란 옮김. 20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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