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대란, 남의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에서 33년간 잠업(蠶業)기술을 개발했고 퇴임 후 세계식량기구(FAO)의 자문관으로 르완다와 튀니지에서 양잠기술 지도에 나서기도 했던 농업전문가 이완주 씨는 ‘라이스 워’에서 생각보다 세계 식량위기가 심각한데도 우리는 남의 일 마냥 뒷짐만 지고 있다며 우려한다.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이 고작 5%에 불과하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곡물자급률이 26위에 그치는 ‘곡물빈국’으로 매년 1천500만톤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너무 ‘남의 불구경 하듯’ 손을 놓고 있다는 것.
저자가 지적하는 농업의 문제는 첫째 농경지 부족이다. 한 사람이 먹고 사는 데는 농경지 1.1~1.2㏊가 있어야 하지만 우리 국민 1인당 농경지는 0.036㏊로 30분의 1에 불과하고 그나마 매년 1만~2만㏊의 농경지가 사라지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돈으로 곡물을 산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은 중-단립종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세계 인구 대부분이 먹는 품종과는 다른 종류다. 중-단립종은 국제 쌀 거래량의 5% 미만에 그치고 있어 돈을 주고 살래도 살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단은 우리가 가진 농토를 지키는 것이 가장 손쉽고 안전한 방법이다. 여기에 해외식량기지 확보도 하나의 대안이다. 하지만,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전문가 육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이다.
농업강국 네덜란드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 전라남도와 경상도를 합친 면적 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화훼산업에 고다 치즈처럼 세계적인 품질로 인정받는 낙농제품도 많은 네덜란드 농업의 힘은 세계에서 세 개밖에 없는 토양박물관을 갖고 있고 농업연구기관을 우대하는 풍토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통일벼를 만들어 ‘괴타리’(허리띠의 충청도 사투리)를 풀고 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해줬던 그때처럼 지금 때맞춰 그런 사람이나 해결책이 나타날 수는 없을까”라며 “이것이 이 책을 쓰면서 던진 나의 ‘화두’”라고 말했다.
북스캔/260쪽/1만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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