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첩첩산중의 양구.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으로, 화천과 춘천, 인제에 둘러싸인 최전방 군사도시다. 춘천을 거쳐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은 박수근마을. 이곳에는 세계적인 화가 박수근 선생의 얼을 기리기 위해 미술관을 비롯해 전시장,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다. 선생은 1914년 이곳(양구읍 정림리)에서 태어나 향토애 짙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다양한 유화, 판화, 스케치화 등은 대가의 솜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일생을 가난하게 살았던 그가 손수 오려서 모은 르느와르, 밀레 등 대가들의 작품 스크랩북과 지인에게 보냈던 편지 등도 볼 수 있다. 미술관 옆에 있는 예술인마을은 작업 공방은 물론 자체적인 기획 전시실을 갖춘 지역의 대표 문화공간이다.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관람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을 받는다. 문의: 033-480-2655. 인근(박수근미술관에서 3km 거리)에 있는 선사박물관(033-480-2677)은 양구 지역에서 출토된 신 구석기 시대 유물 650여 점이 전시된 산 교육장이다. 선사시대의 수혈주거지를 본 따서 지은 박물관 건물과 지석묘군, 움집, 석기제작체험관 등은 선사인의 지혜와 생활문화를 더듬어보게 해준다.
선사박물관에서 북한강과 파로호의 물길이 만든 서천을 따라가면 직연폭포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인다. 높이 15m의 물줄기가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아래의 직연소는 깊이가 20여 미터나 된다. 낮은 수심과 고운 모래, 걸터앉을 수 있는 바위가 수두룩해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 좋은 곳이다. 폭포 주위는 수심이 깊고 물살이 거칠어 어린이를 둔 여행객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직연폭포에서 460번 지방도를 타고 송현2리에 이르면 백석산전적비와 전쟁기념관을 만나게 된다. 전쟁의 상처와 평화통일의 염원이 서린 곳이다. 여기서 길(비포장도로)은 두타연 계곡으로 연결된다. 방산면 고방산리 군초소에서부터 동면 월운리 민통선까지 이어지는 비포장길(18km)은 그러나 아무나 갈 수 없다. 이런 불편을 감안해 양구군에서는 두타연을 돌아볼 수 있는 생태관광 코스를 마련해놓고 있다. 탐방 3일 전까지 양구군청 문화관광과(www.yanggu.gangwon.kr, 033-480-2251)에 신청하면 되는데, 매일 아침 9시 30분 양구 명품관(033-480-2575) 앞에서 출발한다. 문화유산해설사가 동행하며 월요일은 쉰다. 1일 1회. 탐방료: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중간 중간 만나는 지뢰 표지와 시멘트 덩이의 전차방어벽은 이곳이 민통선 안이라는 걸 알려준다. 수심 12m의 연못인 두타연(용소 또는 드래소)은 둘레가 50m에 이르고 소 건너편엔 커다란 검은 동굴(일명 보덕굴)이 입을 벌리고 있어 자못 신비롭다. 두타연을 지나면 금강산으로 가는 31번 국도와 탐방 코스인 9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두타연 계곡물에 살고 있는 열목어, 금강모치, 쉬리, 꺽지, 버들치 등은 이곳이 때 묻지 않은 청정지대임을 말해준다. 운이 좋다면 산양과 노루, 여우와 고라니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방산리와 월운리 초소 양쪽에서 출입이 가능하며 다 돌아보는데 차로 2시간 남짓 걸린다.
두타연 탐방을 마치고 도고터널을 지나 동면 소재지로 나오면 용늪이 있는 대암산을 비롯해 생태식물원, 팔랑폭포, 후곡약수터, 산양박제전시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생태식물원은 민통선과 대암산 일대에서 자라는 노랑무늬붓꽃, 끈끈이주걱, 해오라비난, 왜솜다리, 금강초롱, 개느삼 따위의 희귀식물을 한데 모아둔 자연학습장이다. 입장료: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 관람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33-480-2529.
식물원은 대암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양구 쪽에서 오르는 대암산 등산로는 크게 4군데이지만 그 중 생태식물원 코스가 가장 가깝다. 대암산은 ‘큰 바위 산’이라는 이름 뜻에 걸맞게 집채만한 바위들이 산을 둘러싸고 있다. 산 정상 부근에는 하늘로 올라가던 용이 쉬었다는 ‘용늪’이 있다. 이 습지는 약 4천-5천 년 전에 형성된 걸로 알려져 있는데, 환경부에서 자연생태보전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팔랑폭포 일원에서 열리는 곰취 축제
생태식물원에서 가까운 팔랑폭포. 암벽과 숲으로 둘러쳐진 폭포 아래로는 깊고 푸른 소가 출렁이고 소 위에는 300년 이상 묵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고 있다. 팔랑폭포가 있는 대암산 기슭 산간마을은 요즘 곰취 출하가 한창이다. 양구 특히 대암산 일대는 비무장지대를 끼고 있어 공기가 맑은 데다 일교차가 커서 산나물 재배의 최적지다. 친환경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은 대암산 곰취는 어린잎을 쌈이나 겉절이로 먹는 봄나물로, 식탁을 건강하고 풍성하게 만드는 웰빙 산채다. 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데 향이 짙고 맛이 뛰어나다. 곰 발바닥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곰취는 쌉싸래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져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리고 나른한 봄철의 피로를 푸는데 제격이다. 돼지고기(삼겹살, 수육 등)와 함께 먹으면 찰떡궁합. 식이섬유와 플라보노이드가 풍부해 지방의 배출을 돕고 고기의 누린내를 없애주기 때문이다. 곰취는 약재로도 널리 쓰인다. 한방에서는 곰취의 뿌리를 진해· 거담· 진통 등에 써왔으며 항염증 및 지혈에도 효과가 있어 피부염이나 종기의 고름을 빨아내는 데 곰취 잎을 찧어 붙이기도 했다. 이밖에 삶아도 향이 가시지 않아 더욱 좋은 곰취는 한여름 이후 잎이 센 것은 장아찌를 담가 먹는다. 비타민 A와 비타민 C, 칼슘·칼륨 등 각종 영양소가 많아 산성체질 개선과 노화 방지를 돕는 산나물로도 알려져 있다.
5월 10~12일까지 팔랑폭포 일원에서는 곰취 축제도 펼쳐진다. 곰취를 직접 채취하는 체험행사를 비롯해 곰취전병, 곰취찰떡, 곰취절임, 곰취장아찌 등 산채를 소개하는 요리 전시회, 산채게임, 떡메치기, 물고기 잡기, 멧돼지 곰취쌈 먹기, 산채 요리경연, 시골음식 먹을거리 장터 등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야간에는 국토정중앙 천문대에서우리나라 첫 우주인 이소연 씨가 머물렀던 우주 정거장을 천체망원경으로 보는 추억의 시간도 마련된다. 축제장에서는 곰취를 비롯해 찐빵과 고사리 참나물 등 각종 산채와 음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곰취는 전화나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데 양구e명품관 인터넷 쇼핑몰(www.yanggugun.co.kr)이나 대암산영농조합(011-791-5944, 작목반장 최관수), 우체국 우편주문 판매를 이용하면 된다. 축제 문의: 양구군청 문화관광과 축제이벤트계(033-480-2229, 2230)
분단의 아픔이 곳곳에
곰취 축제를 보고 돌산령 너머에 있는 분지(펀치볼)와 북녘땅을 볼 수 있는 을지전망대, 그리고 북한이 남침을 목적으로 파내려온 4땅굴을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주발처럼 생긴 펀치볼은 그 자체가 희귀한 볼거리다. 자세히 보면 거대한 화산 분화구 같은 모습인데 해안면은 이 펀치볼 안에 다 들어 있다. 멀리서 보면 아주 작은 땅처럼 보여도 직접 다녀보면 제법 넓다는 걸 알 수 있다. 펀치볼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격전을 벌였던 곳으로 그 때를 기념해 세운 여러 전적비와 북한의 실생활을 볼 수 있는 양구통일관, 도솔산전투 펀치볼전투 피의 능선전투 등 6.25 당시 격렬했던 양구 지역 9개 전투사를 모아놓은 전쟁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제4땅굴과 을지전망대를 돌아보려면 통일관(옛 북한관, 033-480-2674)에서 간단한 출입신청(매주 월요일은 쉰다)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서 4땅굴까지는 걸어서 갈 수 있으나 을지전망대는 승용차나 관광버스만 갈 수 있다. 오후 4시 전에 견학 신청을 해야 하며 관람료 4천500원(주차료 포함)을 받는다. 90년 3월 3일 발견된 4땅굴은 군사분계선에서 1200미터 떨어져 있다. 관람용 전동차를 타고 땅굴 내부를 볼 수 있는데 입구에서 1백 미터 정도까지 들어간다. 땅굴 광장에는 기념비와 군 장비가 전시돼 있고 2백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영화관이 있다.
4땅굴 위에 있는 을지전망대에 오르면 북한군 주력부대가 있는 매봉, 운봉, 간무봉, 선녀계곡 등과 북한 군 초소와 대형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과 차일봉, 미륵봉도 손에 잡힐 듯하다. 펀치볼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도 가칠봉 능선의 을지전망대. 해안면 일대의 수려한 풍경은 먼 여행길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준다. 을지전망대 아래 세워진 평화의 종루에서 바라보는 북녘 산하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여행쪽지(지역번호 033)=양평~홍천~인제 신남을 거쳐 양구 동면(팔랑리)으로 들어가면 곰취축제장을 알리는 간판이 보인다. 서울에서 약 3시간 정도 소요. 46번 국도 춘천을 거쳐가면 약 3시간10분 거리. 서울~춘천~46번국도~죽리 태안주유소 앞~31번국도~양구읍~31번국도 동면사무소 지나 죽개골~453번 지방도로~해안면(펀치볼). 동서울에서 양구행 버스가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7시10분까지 하루 11차례 떠나며 춘천에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15차례 운행한다. 양구시외버스터미널(481-3456). 춘천 소양댐 선착장에서 배편으로도 갈 수 있다. 아침 8시 30분부터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양구 선착장(481-2989)에 도착하면 배 시간에 맞춰 시내버스가 다닌다. 소요시간 30분. ?맛집과 잠자리=해안면의 남원식당(481-0804)은 갖가지 산채나물을 곁들인 더덕구이 백반이 맛있고 양구읍내의 풍년집(481-6050)은 해안면 일대에서 생산한 시래기로 요리한 해장국이 별미다. 곰취와 산호박으로 만든 찐빵과 더덕, 감자떡, 곰취냉면도 양구의 별미다. 예담식품(033-481-8989)에 연락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양구읍내에 양구KCP호텔(482-7700)을 비롯해 세종호텔(481-2443), 현대모텔(482-1234) 등이 있다. KCP호텔은 스위트룸 트윈룸 등 모두 50여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평일(월~금요일)에는 숙박료를 50% 할인해준다. 양구군청 문화관광과(480-2251), 관광안내소(480-2675).

글: 김 초 록(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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