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논산 가는 길은 봄 서정이 물씬 배어 있다.
논산은 오랜 옛날부터 예학(禮學)의 고장으로 알려져 왔다. 공주에서 시작하여 부여와 논산을 거쳐 익산까지 이어지는 옛 백제문화권에 속하는 대표적인 고장이기도 하다. 논산에 도착해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은진면 반야산 기슭에 자리잡은 관촉사. 시내에서 남동쪽으로 4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절은 사연이 깊다. 우람하게 솟은 일주문과 천왕문을 지나면 계단길이 이어진다. 새롭게 단장된 보재루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면 2층 규모의 대웅보전과 그 앞에 미륵전이 반긴다. 관촉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온화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는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제218호)이다. 흔히 은진미륵이라 부르는 이 석불은 높이가 18미터에 달한다. 몸체와 머리 부분을 따로 조각해 연결한 석불은 단아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관촉사를 나와 연초록이 깔린 탑정호로 간다. 부적면 신풍리와 가야곡면 종연리에 걸쳐 있는 탑정호(논산지)는 물이 맑아 잉어, 쏘가리, 메기 등 담수 어종이 풍부하다. 호수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새벽녘 물안개 필 때나 일몰 무렵이 좋다. 1백90만평에 달하는 호수 면적은 충남 관내에서 두 번째로 크다. 호수를 끼고 도는 드라이브(소요 시간 20분 정도)도 나름대로 운치 있고, 순환도로를 따라 들어선 맛집과 카페에 들어가 호수를 바라보며 차 한 잔 마시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신풍리는 우리 역사를 증언하는 곳이기도 하다. 계백장군이 신라 군대와 맞서 싸웠던 황산벌이 바로 이곳이다. 속칭 ‘놀뫼’라고도 하는 황산벌은 지금 딸기밭과 인삼밭으로 변하고 일부는 호수에 잠겨 그 흔적이 묘연하다. 놀뫼는 논산의 원래 이름이다. 땅 빛깔이 누런색이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신풍리 수락산 기슭에는 계백장군의 묘가 있다. 당시 백제군은 황령산성, 신작리산성, 모촌리산성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신라군에 밀려 수락산, 충곡리, 황산성으로 물러나 최후를 마쳤다. 이 수락산 기슭은 계백의 결사대가 마지막으로 쓰러진 곳이다. 묘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탑정호는 그림 같다. 계백장군 묘소에서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 백제군사박물관(http://museum.nonsan.go.kr)이 있다. 백제시대의 유물은 물론 그 시대의 군사 문화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은 3개의 전시실과 야외 체험장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국궁체험장과 승마체험장은 어린이들의 인기가 높다.
노성면 교촌리에 있는 윤증 선생 옛집에도 들러볼 만하다. 논산에서 공주로 가는 23번 국도변에 있다. 조선시대 양반가옥의 면모를 잘 간직한 건축물로, 안채와 사랑채로 나눠져 있다. 350여 년 전 지어진 이 단층 목조 가옥엔 지금도 윤증 선생의 후손들이 살고 있다. 아담하게 꾸며진 연못과 화원은 유려한 기와지붕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처마선이 보여주는 멋과 누마루의 투박함이 옛 정취를 물씬 자아낸다. 윤증 선생은 조선시대 중기의 인물로, 권세를 장악하고도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일화로 유명하다.
윤증고택에서 탄천나들목 쪽으로 가다 저수지 제방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원형을 복원한 파평윤씨 종학원이 나온다. 윤증의 백부인 윤순거가 종중의 자제들을 가르치던 곳으로, 종학당, 보인당, 백록당, 정수루 등의 건물이 가지런히 배치돼 있다. 이 종학원에서 배출된 대과 급제자만 42명에 이른다고 하니 명문가는 뭔가 다른 모양이다. 특히 누각인 정수루는 저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닮은 모습이다. 정수루에 오르면 봄색 짙어가는 연못과 종학당 주변의 마을이 시원스레 눈에 들어온다.

■온 가족이 참여하는 논산 딸기 따기 체험
4, 5월이면 논산 일대는 새콤달콤한 딸기 향기로 진동한다. 2월부터 시작된 딸기 수확은 5월 초순까지 이어지는데 한적한 농촌마을마다 딸기체험장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들판 여기저기 들어선 비닐하우스는 거개가 딸기체험장이라고 보면 된다. 논산 딸기는 농약을 안치고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하거나 진딧물의 천적인 ‘칠레이리응애’를 놓아 딸기를 키운다. 빨갛게 익어가는 탐스런 딸기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향긋한 향은 입맛을 다시게 한다. 논산 딸기는 전국 최대의 주산지로 연간 매출액만 900여 억 원에 이르고 있는 효자 농산품이기도 하다. 특히 딸기가 자라는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갓난아기 주먹만한 딸기를 직접 수확하고 양껏 따먹는 재미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다. 입장료 8천원-1만원을 내면 맘껏 따먹을 수 있다. 특히 손수 딴 딸기는 사 가지고 갈 수도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딸기를 고를 때는 색깔이 진하고 윤기가 나며 표면의 씨가 균일하게 배열돼 있는 것이 좋다. 또 꽃받침이 과일과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을 고르면 된다. 봄철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딸기에는 비타민 C가 100g당 80㎎ 정도로 감귤의 3배에 이른다. 딸기 6-7개만 먹어도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모두 섭취하게 된다. 딸기에 함유돼 있는 라이코펜 성분은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엘라직산도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철분과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우유나 크림과 함께 먹으면 딸기 본래의 맛을 더 진하게 음미할 수 있다.
<논산 관내 딸기체험행사 농가>
태경농원 홍태의(광석면 항월리, 010-3009-8843)
평원농원 유제자(논산시 광석면 사월리, 011-434-8105)
촌놈농장 남기순(광석면 사월리, 011-9824-2788)
딸기와함께 임용택(광석면 항월리, 011-9223-8134)
딸기삼촌 서교선(광석면 율2리, 010-3884-4349)
유영농원 유영수(광석면 율2리, 011-427-8924)
유명래(광석면 율리, 010-9558-0503)
김중환(노성면 화곡리, 019-436-5632)
이강남(광석면 항월리, 010-2534-8646)
햇님농원 임창수(상월면 석종1리, 018-456-3312)
효자딸기 김은옥(은진면 시묘리, 011-453-3804)
조희갑(부적면 탑정리, 011-477-5899)

■달큰한 젓갈 냄새 풍겨오는 강경포구
강경은 한때 각종 고기잡이 배들이 몰려드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수산물 집산지였다. 그러나 60년대 이후부터는 규모가 큰 대천항, 군산항에 그 자리를 내주고 지금은 한적한 포구로 남아 있다. 그 옛날 강경포구의 명물은 단연 젓갈이었다. 서해에서 잡은 새우를 배에서 젓갈로 만든 후 충청도 내륙지방으로 내다팔려면 반드시 강경을 지나가야만 했다. 충남 강경읍 염천리 일대에는 젓갈류를 파는 상점들이 많이 모여 있다. 새우젓, 황석어젓 같은 거의 모든 종류의 젓갈을 공급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젓갈은 서해안 연근해에서 잡은 새우만을 엄선, 석굴과 토굴에서 저온 숙성시켜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동백젓으로 구분한다. 6월에 담그는 것을 육젓, 가을에 담근 것을 추젓, 동백꽃 필 무렵에 담근 것을 동백젓이라 한다. 오젓은 붉은색을 띠며 새우가 가늘다. 산란기 직전의 새우로 담근 육젓은 어체가 굵고 흰색 바탕에 붉은색이 섞여 있으며 맛이 가장 좋다. 추젓은 색깔이 흰 것이 특징이고, 동백젓은 오래 두고 먹을 수는 없으나 맛이 좋아 임금의 수라상에까지 오른 명물이다. 멸치액젓을 고를 때는 비린내가 나지 않고 기름기가 반질반질 도는 것을 고르되 푹 곰삭은 것이 좋다. 보통 새우젓이 2kg에 1만5천원-1만7천원선이고, 멸치액젓은 4리터에 7,000원-10,000원선에 거래된다. 젓갈 가격은 시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강경포구 옆 바위산 중턱에는 우암 송시열이 세운 팔괘정(八卦亭)이 서 있다. 금강을 앞에 두고 서향으로 배치된 이 정자는 넓은 대청과 온돌방이 꾸며져 있는 겹처마 팔작지붕의 한식 기와집이다. 팔괘정에서 금강을 끼고 위쪽으로 더 올라가면 옥황상제의 전설이 서린 옥녀봉이 우뚝하다. 옥녀봉에 오르면 유유히 흘러가는 금강 줄기와 전통미 물씬 풍기는 강경읍내가 한눈에 바라보인다. 강경읍에 있는 미내다리도 놓칠 수 없다. 강경천을 넘는 이 다리는 충남과 전북을 이어주던 길이었다. 무지개 모양(홍예)의 돌다리는 제법 위용과 기품이 느껴진다. 다리를 놓는 것이 ‘좋은 업을 쌓는 일’로 생각해 이 일대 의 세도가들이 추렴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여행쪽지=수도권에서 가려면 경부-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타고 논산 나들목이나 정안나들목으로 빠져나와 공주외곽 우회도로를 거쳐 논산 방향(국도 23호)으로 간다. 딸기체험 농가는 떠나기 전에 미리 가는 길을 숙지해야 한다. 전화번호 참조. 호남고속도로 논산 나들목-연무-1번 국도-논산-논산 사거리 우회전-643지방도로 연결지점 우회전-3km-관촉사. 탑정호는 이곳 관촉사에서 가야곡면 방향 643번 지방도로를 타고 가다 만나는 농협 은진주유소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가면 된다. 대중교통은 논산 시내버스터미널에서 부적면 탑정리와 가마바위로 가는 시내버스(1시간 간격, 20여 분 소요)를 타면 된다. 논산-관촉사간 시내버스가 20분 간격(10분소요)으로 있다. 대중교통은 서울강남터미널-논산(50분 간격, 2시간 40분소요). 열차편: 용산역(호남선)-강경역에서 하차(50분 간격, 2시간 30분소요). 호남고속도로 연무 나들목-68번 지방도 강경 방향-강경읍(20분소요), 서대전 나들목(1번국도)-강경읍(40분소요). 논산시내-대전 쪽 4번국도-황산벌 휴게소-계백 장군 전적지.
?잠자리와 맛집=윤증 고택 한옥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후손 윤완식(041-735-1251)씨에게 미리 연락하면 된다. 탑정호를 끼고 있는 레이크힐호텔(041-742-7744)은 전망이 좋고, 그랜드모텔(742-4547), 산장파크(736-9177), 미륵모텔(735-1804), 세인파크(736-2303) 등도 권할 만하다. 탑정호 주변(부적면 신풍리 일대)에 붕어찜을 맛있게 하는 식당이 더러 있다. 붕어마을(041-733-2308)이 유명하다. 1인분 1만원. 옛 부둣가인 강경읍 염천동 일대에 젓갈가게들이 즐비하다. 옛날젓갈(745-2636), 제일젓갈(745-6661), 군산젓갈상회(745-4695), 이화젓갈(745-7772), 황토젓갈(745-4526) 등. 맛과 가격은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젓갈산지답게 젓갈백반을 내놓는 식당이 더러 있다. 젓갈 16가지가 반찬으로 나오는 달봉가든(745-5464)이 유명하다. 황산옥(745-4836)은 복탕과 우어회가 맛있다. 우어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사는 어물로 봄에 뼈째 썰어 회로 먹는다.

글: 김 초 록<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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