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빙기의 색깔은 무엇일까? 차가움, 흰눈, 빙판, 고드름 등의 겨울을 비껴서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일이다. 아직은 애써 봄의 모습을 갔다 붙여야 할 정도로 밋밋한 해빙기의 어느 하루. 포천으로 여행을 떠난다. 참신할 것 없는 황량하고 썰렁한 나무 숲 사이로 아침 햇살 한줌이 노곤한 졸음처럼 스며드는 그런 날이다.

*아프리카 문화원
복잡한 서울 시내를 벗어나고 차는 이내 광릉숲을 지나친다. 계절은 척박하지만 광릉 숲을 스쳐 지나가는 도로변은 웬지 모르게 채워진다. 빽빽하게 들어찬 수령 오래된 나무가 차가운 대기를 감싸고 있기 때문일까? 숲길을 통과하고 촉석검문소를 2km 정도 앞두고 있을 때 길 왼편에 아프리카 문화원(031-543-3600, www.africaculturalcenter.com)이라는 팻말이 나서고 국도변에서 멀지 않은 산밑에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몇 년전인지는 알 수 없다. 남양주시에 운길산 근처에 아프리카 문화원이 생겼을 때가. 소냐 조각공원은 물론, 입술 두텁고 검은 피부색이 진할대로 진해진 아프리카인들이 고기도 굽고 공연도 했던 그곳은 처음부터 전율이 일 정도로 이색적이었다. 이후 이곳은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어 장소를 옮겨 버렸고, 당시 만났던 원장이 포천으로 옮겼다는 이야기만 전해들은 터였다.
그때 그 사람을 만날줄 알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사람은 이곳 토박이라는 태천만 원장이었다. 준비한지는 10여년, 생긴지는 1년여 남짓. 건물 두어동이 눈에 띄고 야외에는 소냐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실내는 여러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물건을 팔기도 하고 여러 가지 아프리카 관련된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54개국 3,000여 부족으로 구성된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건들을 수집할 수 있었을까? 아프리카를 가본적이 없으니, 그저 보는 것으로 족해야 한다. 공연도 없고, 입술 두터운 검은빛을 가진 아프리카인도 눈에 띄지 않으니 문화원은 지독하게 정적이다. 한마디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인데, 단지 주변이 썰렁한 계절이라서 그런 것일까?
원장을 만난다. 자그마한 키에 다부져 보이는 얼굴. 이곳 토박이였고, 배운 것, 가진 것 없이 맨몸으로 시작된 인생. 그는 목수 였으며 그러다 자연스레 건축업을 하게 되었고, 돈 벌어서 인근 의정부 요지에 건물 사고 승승장구 사업 잘하다가 다 팔고 10년전쯤 10여억원이 넘는 목돈으로 이 인근 땅을 사 유치원을 만들려고 했다는 태원장. 그가 어떤 연유로 아프리카에 빠진 것일까? 유치원을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우연찮게 아프리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수년간 손수 여행다니면서 물건을 수집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한번 발을 내딛다보니 앞뒤 뒤돌아보지 않고 한곳에만 빠지기 시작한다는 태원장의 성격은 인근 땅을 다 팔아서 오늘의 문화원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고, 말 못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어찌됐든 한번도 초등학교 졸업이라는 것에 열등감 없었는데 요새는 그런 생각이 불끈 든다는 것이다. 정작 자료를 모았지만 어떻게 진열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인지가 난감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전시관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가 나서서 소개를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비록 아프리카를 가보지도, 공부도 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입을 통해, 누군가의 전문적인 지식을 간접으로나마 습득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고증해주는 전문가가 설명도 해주고, 아프리카 현지인이 와서 조각도 직접 만들고 있다고 하는데 이날 문화원에서 만난 사람은 없다. 봄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연을 시작한다고 하니, 딱히 노력하지 않아도, 도심과 가까운 이곳은 충분히 성황을 누릴 수 있을 것이리라. 단지 이 겨울에 본 것이 전부가 아닐테니 말이다. 조금은 그의 노력이 빛을 발했으면 하는 바램은 잠시의 인간적인 만남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 많은 소품이 빛을 발휘해서 교육적인 부분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꽃피는 춘삼월이면 조금은 달라진 문화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한국의 아프리카의 이국적인 모습이 물씬 풍겨날 것이다.
■찾아가는길 : 43번 국도나 47번 국도 이용. 의정부에서는 축석검문소에서 광릉수목원 방향으로 2.2km 우측. 태릉방향에서는 광릉수목원 길에서 약 5.2km 좌측 위치. 입장료:5천원.

*한과 박물관
한과. 명절이나 제사때 빠지지 않은 아주 밀접한 우리전통 음식인데,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맛있는 과자가 부지기수이니 손 많이 가는 한과에 관심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다.
필자는 어릴적 한과 만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2대 독자의 종손인 어머니는 명절때면 으레 강정과 유과를 만들었다. 그 과정은 매우 복잡했지만 해마다 그 일은 반복되었다. 온 방안에 장작불을 지피고 찹쌀을 쳐서 밀대로 밀어 방안에 건조시켜 검은 기름돌을 올려 유과를 부풀려 물엿을 끓여 밥풀을 얹었다. 지금은 국내에서도 여러군데에서 체험도 하고 판매하는 곳이 여럿 있다.
이곳 포천에 한과 박물관(031-533-8121, www.hangaone.co.kr)이 생긴 것이 의아스럽다. 더욱 그랬던 것은 이곳 원장은 국내 두명 뿐인 한과명인중의 한명인 김규흔(신궁전통한과 대표) 명인이라는 것이다.
한과명인이라는 말도 낯설지만 고정관념속에 박힌 포천이라는 지역도 낯선 것이다. 어쨌든 체험객 없는 썰렁한 건물에서 한눈에 봐도 이국적으로 생긴 최원주 본부장을 만난다.
그녀는 조근조근 설명을 잘해주었는데, 박물관 기획을 총괄했다고 한다. 간단하게 체험하는 것을 부탁했고, 시범을 보여주는 영양사의 모습도 괜찮다. 사람의 선입견은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좋으니 한과원이 더욱 돋보인다. 여느 체험지와 별다르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저 이래저래 정보 주면 그만일텐데,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넣고 있는 것이다. 그게 삶인 것을 어찌하리. 어쨌든 설명 들은 것도 좋고 체험하는 것도 좋을 곳이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
■찾아가는길 : 43번 국도나 47번 국도 어느 곳이나 가능하다. 운천 지나 산정호수(명성캠프)쪽으로 가면 된다.

*허브아일랜드
43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오르다 다시 왼쪽(동두천 초성리)을 향해 달려간다. 목적지는 허브아일랜드(031-535-6494, www.herbisland. co.kr). 이곳이 자리한 곳은 한때 자주 찾던 곳이었다.
인근에 필자가 소개한 전원카페가 있었고, 그 주인과 제법 밀접하게 친한 사이였지만 지금은 소식조차 끊어져 버렸다. 나름대로 추억이 있던 인연은 이렇게 세월속에 묻혀져 가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것과 상관없이 허브아일랜드는 필자에게는 정감이 없는 곳이다. 한눈에 봐도 눈요기를 주는 부분은 인정한다. 해 지나면서 건물은 더 많이 늘어나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이상하게 일이 꼬이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식대를 받기 위해 쫓아나온 종업원의 이야기도 있다. 이야기가 길어져 더 이상 말하지 않으련다.
하여튼 매장에 들어서 매스컴에 관심이 없다는 낯익은 여주인과 가벼운 인사를 한다. 그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필자 또한 기억하기를 바라진 않는다. 젊은이가 이리저리 안내해주면서, 이 말을 넣어달라는 둥, 이 곳 사진 찍으면 좋을 것이라는 말이 웬지 허공을 맴돈다.
매스컴을 싫어한다는 사람이 몇월호에 소개되는 게 왜 궁금한지. 지금 이순간도 그 말에 꼬투리를 잡고 싶어서 한 말은 아니다. 어쨌든 이곳은 가족들이 가기에는 좋은 곳이다. 반나절 정도는 체험도 하고 원한다면 허브 마사지를 받아도 좋을 일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인근하고 있는 신북온천이 문을 닫아 걸었다는 것이다. 경영부실인 것이다. 물 미끄러운 정도는 최상이었는데, 아쉬운 일이다.
■찾아가는길 : 43번 국도 이용. 포천 지나 좌측 344지방도 이용. 입장료:3천원

*배상면 주가 술 박물관
해는 어둑해지고 있다. 나오는 길목에서 오랜만에 배상면 주가(031-531-9300, www.soolsool.co.kr)를 찾는다. 누군가 나와 설명을 해준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곳의 느낌은 좋다. 전통술을 연구, 제조하는 곳으로 술 유물전시관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주 가양주 학교를 열어 일반인들도 참여 할 수 있다. 10명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술 만드는 방법과 술을 담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무료 시음장이 있는데 술찌꺼기의 안주거리가 있다. 계절별로도 축제를 벌인다. 여전히 술과 안주가 있다. 여러 가지 술은 조금씩 시음한다. 좋은지, 나쁜지를 생각지 않은 자연스러움. 바로 이런 것이다. 판단하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삶을 윤택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인 듯하다.
■찾아가는길 : 47번 국도-4차선에서 비껴 운악산쪽으로 나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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