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의 특징을 표현하는 말중에 ‘다양한 목소리, 하나의 세계’ (Many Voices, One World) 라는 말이 있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하되 이것을 잘 조화시키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만약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세계’를 추구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독재체제로 움직이는 곳이다. 과거 스탈린이나 히틀러 등 독재자들은 다양한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80년대까지는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는 풍토가 있었다. 한때 ‘지방방송 꺼!’라는 말이 유행한 적도 있는데 이것은 소수 의견을 묵살할 때 썼던 표현이다.

다양함의 조화는 좋은 결과
하나의 목소리, 하나의 세계를 언뜻 보면 효율성이 높을 것 같지만 독단에 빠지기 쉽고 위험에 대치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억압하거나 희생시키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창의성의 싹을 자르기 때문에 정보화사회에서는 성장 발전이 불가능한 한계를 지닌다.
‘다양한 목소리, 복잡한 세계’는 어떨까? 이것은 백가쟁명식으로 시끄러운 사회를 말한다. 중구난방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남의 말은 듣지 않고 각자 자기 주장만 하기 때문에 질서와 조화가 부족하고 생산성이 떨어 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골치아픈 세상이다. 자유방임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목소리, 복잡한 세계’는 겉과 속이 다를 때 나타나기 쉽다. 획일적 사고와 단일적 가치관 속에서는 다양한 세계는 나타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겉으로는 하나의 목소리처럼 보이지만 내부가 분열된 후기 독재 국가에서나 나타날 만한 현상이다. 권위에 억눌려서 공식적으로는 이견을 말 할 수 없지만 내면적으로는 욕구불만이 강한 집단에서 나타나게 된다.

양보와 타협정신 중요해
‘다양성’과 ‘복잡성’이라는 키워드로 살펴본 네 가지 현상중에서 정보사회학자들은 ‘다양한 목소리, 하나의 세계’를 바람직한 상황으로 설정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어떤 유형의 사회일까? 일단 목소리가 다양한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다양한 세계,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각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세계일까? 아니면 복잡한 세계일까? 지금 한국사회는 ‘다양한 목소리, 복잡한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배척하고 적대시하기까지 한다.
다양한 목소리 속에 하나의 세계가 되려면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해줘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 복잡한 세계는 생산성도 떨어지고 대외 경쟁력도 떨어진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투쟁적이 된다. 이 때 해결책은 차이의 인정과 존중, 양보와 타협, 균형과 조화다. 그러나 이런 것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은 목소리를 통일하려고 한다. 그러면 하나의 목소리, 복잡한 세계로 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제 개혁과 통합을 내건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여러 계층,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해서 조화롭고 균형 잡힌 정책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닐까?

윤 은 기(IBS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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