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와 FTA를 통한 경제의 세계화는 많은 우려 속에서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세계 시장이 통합돼 시장규모가 커져도 우리가 팔 것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팔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과학기술뿐이며 이러한 과학기술을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곳은 기업이다. 그리고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우수한 이공계 인력의 확보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공계 교육

기업들은 현재의 이공계 인력에 대해 그리 만족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지난해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8.1%가 대학에서 복합 지식을 갖춘 이공계 인력을 배출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지식이외에도 경영학이나 경제학, 회계학, 법학 등의 지식을 함께 갖춘 인력을 원하고 있다. 또 응답 기업의 81.5%가 이공계 신입직원을 대상으로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재교육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 또한 엄청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공계 교육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사회는 갈수록 복잡한 사회구조로 진화되고 있으며 각종 산업과 문화가 융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에 대한 기준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교육은 학점 이수를 위한 일부 교양과목과 실용성이 떨어지는 전공과목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에는 그 학문적 특성으로 인해 해당 전문지식만을 배우고 타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는 인력만을 배출해 왔다.
이공계 대학졸업자의 대부분이 기업으로 진출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제 우리 대학도 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재를 양성해야 할 때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인문계 분야의 몇 과목을 개설하고 학점만 따게 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기업이 원하는 이공계 인력은 인문계 과목을 이수한 인력이 아니라 기업의 개념과 시장원리, 기초적인 회계와 법률지식을 갖춘 인재인 것이다. 전문분야의 지식 또한 기업에서 요구하는 실용적인 지식에 대한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적극적인 산학협력이다. 단순히 국책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거나 위탁연구를 위한 산학협력이 아닌 기술과 정보, 인력이 교류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산학협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기업의 고급 연구 인력에게 대학의 일부 강의를 맡기고, 대학은 기업에 연구 인력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다.
최근 우리사회의 핫이슈 중 하나인 표절에 대한 문제도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공계 대학과정에서 표절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러한 표절 문제 또한 도덕 과목을 추가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표절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와 표절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 등을 교육하고, 또 대학생활에서 실천돼야 한다. 탈세와 분식회계, 횡령, 뇌물과 같이 기업에서 일어 날 수 있는 각종 불법행위 또한 대학에서의 실천적인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는 예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산학협력은 기업체 이해의 과정

그동안 정부는 과학기술 중심사회의 구현이라는 기치아래 이공계 출신의 공직확대를 비롯한 각종 정책들을 제시해 왔다. 이러한 정책들도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갖춘 이공계 인재를 대학에서 배출하지 못하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오히려 명분에 밀려 자격 없는 이공계 출신 인사들을 무리하게 등용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대학이 4년간의 교육을 통해 실용적인 전문지식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이공계 지식과 경영, 회계, 법률분야의 기초지식까지 갖춘 초우량 인재를 배출하는 것은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학이 기업에 조금 더 다가가기 위한 실질적인 산학협력에 힘 쏟으며, 기업과 시장경제에 대한 기본지식을 교육하고, 표절이나 탈세가 왜 중한 범죄인가를 잘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 또한 크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한 이공계 교육의 개혁은 이러한 작업을 하나씩 구현해 나가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김경수
(주)카이로제닉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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