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뚜두둑 떨어지고 벼가 누렇게 익어 출렁인다. 수확을 앞둔 황금물결 출렁이는 벼들이 따가운 가을 햇살에 익어가는 전원풍경을 보는 것은 지금이 적기다. 임금님에게 진상했다는 여주미는 지금도 으뜸으로 쳐주고 있다. 여주의 가을은 한가로우면서 제대로 된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여주 여행지로는 신륵사나 영릉을 대표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자그마한 절집 흥왕사는 아는 사람들만 찾아드는 곳이다. 화려하지 않은 소박한 절집. 그 앞에 수령 오래된 은행나무가 수문장처럼 버팀목이 돼 지키고 있다. 지금 이곳에 한없이 떨어지는 은행알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여주군 중암리의 뒷산의 작은 암자 흥왕사는 가는 길이 구불구불해 찾아가는 기쁨이 있다. 지어진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찰임에 틀림없다.
자료에 따르면 신라 제 35대 경덕왕때 고달과 소달형제가 있었는데 고달은 고달사(상교리 위치)를 짓고 소달은 절터를 구하기 위해 백일기도를 드렸다 한다.
기도를 마친 5월에 지금 흥왕사에 들렀더니 서리가 있었단다. 이 곳에 절을 짓고 설랭이절 또는 상왕사라 했는데 그 뒤에 흥왕사로 고쳤다는 얘기가 전해 진다.
시멘트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오르면 커다란 은행나무 세그루가 반갑게 맞이한다. 여름내 푸르던 은행은 열매를 맺어 땅바닦에 수십가마니를 떨어 뜨렸다. 그 은행나무는 겨울을 준비하면서 도회지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색으로 잎을 물들였고 이내 떨어뜨린다. 이곳 은행나무는 세그루 전부다 암그루다. 멀리 용문산 은행나무를 보고 열매가 열린다는 설과 신륵사 절을 보고 열매를 맺는다는 설이 있는데 어쨌든 숫그루가 어느 곳에 있는지는 은행나무가 아니어서 알 수가 없다.
절에는 별 말이 없고 사람을 잘 기억 못하는 큰 스님과 하얀 진도견 한마리, 그리고 공양주 보살과 어린 딸, 매일 이 곳에 와서 일을 도와주는 처사 한분이 있다. 특별한 문화재도 없고 새로 개축한 듯한 대웅전이 버티고 있다.
연륜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언덕 받이에 있는 무명석탑과 굵은 은행나무다. 지금 이곳에 은행알이 떨어지고 있다. 수령이 오래돼 알이 잘아 상품가치는 떨어지지만 기관지, 천식에 특효가 있는 것을 아는 이라면 비닐 봉지 하나는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절집 구경만으로 특별한 재미거리는 없지만 한적한 마음을 갖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볼만하다. 그런 사람이라면 소달산(358m) 산행을 하면 좋다.
정상까지 왕복 1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정상에 서면 멀리 중암리 마을을 비롯해 가을 풍광이 한눈에 펼쳐진다. 야트막한 야산이어서 트레킹이 부담스럽지 않다.
곳곳에 소나무가 많아 가을철이면 송이버섯과 영지버섯도 채취할 수 있다. 물론 운이 좋거나 꿈을 잘꿔야 가능한 일이지만 필자는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세 개의 영지를 땄다. 또 이 산에서는 10세기 무렵 백자만을 굽던 가마터 1기가 최근 발견되기도 했다.
정상까지 산행이 부담스러운 이라면 사찰 옆 산으로 들어가 5~10분 정도 가면 보이는 바위에서 솟아나는 약수터까지 둘러보는 것이 좋다. 바위틈에서 나오는 약수터. 커다란 바위 속에서 흔적없이 나오는 자그마한 약수터다. 그 앞에 벤치 하나가 찾아오는 이들의 쉼자리를 제공한다. 공해에 찌들지 않아 약수가치가 충분하다.
흥왕사에서 나와 계속 직진하면 도전리다. 도전리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오지. 봄이면 산딸기가 주렁주렁 달리고 산뽕이 열린다. 가는 길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천렵과 굵은 고동도 잡을 수 있다. 마을 안쪽에 작은 폭포가 숨겨져 있기도 하다. 텐트 한동 정도 칠 수 있는 평평한 자리가 있어 돗자리 깔고 더위를 식히며 목마르면 폭포물로 입을 축이면 된다.
■대중교통 : 고속터미널이나 동서울 터미널에서 여주행 버스 이용. 터미널에서 중암리, 혹은 도전리행 버스를 타고 흥왕사 절 입구에 하차. 도보로 한시간 정도 소요.
■자가운전 ; 여주IC~여주대교 지나서 신륵사 방면으로 우회전~직진하다 북내면으로 좌회전~북내면에서 도전리 방면으로 우회전~신접리 왜가리촌 지나 흥왕사 팻말따라 좌회전~흥왕사.
■별미집&숙박 ; 중암리 마을 안쪽에 손두부집이 있고 도전리 가는 길목에 있는 영화횟집은 싱싱한 송어회를 즐길 수 있다. 그 외에도 여주관광농원이 있다. 또 강천면에 있는 허름한 건물을 가진 조선옥(031-883-3939)은 한정식으로 소문난 맛집이다. 또 목아박물관 내에 있는 걸구쟁이네(031-885-9875)는 산채정식이, 신륵사 앞 상가에서는 매운탕이 인기메뉴다. 그외 약수장(031-885-5596)의 게장정식이나 (구)보배네집(031-884-4243)의 만두나 보리밥 등 토속음식을, 읍내에 있는 백제갈비(031-885-1847)는 푸짐하고 맛있는 돼지갈비를 즐길 수 있다. 언덕말(031-886-1144)에서는 잠사박물관이 있어 둘러볼만한 테마카페다. 숙박은 일성콘도(031-883-1199)를 비롯해 강변에 새로 잘 지어놓은 모텔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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