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단양8경으로 꼽히고 있는 절경들이 산재해 있는 이곳은 올 여름 수해로 많은 관광지들이 물에 잠겼다. 몇 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단양에는 ‘서울 사람들이 단양주민 다 죽인다’는 현수막이 눈에 띈다. 충주댐이 한강수위를 조정하기 위해 방류를 미루면서 자동적으로 그 아래 수로가 넘쳐났던 것이다. 지금이야 그 모습은 볼 수 없지만 물길 넘쳐 노심초사했을 당시를 잠시 떠올리면서 온달산성 쪽으로 달려간다.

단양 온달관광지에서는 해마다 온달문화축제(10월 20일~22일까지)를 연다. 아직까지 축제를 본적도, 그렇다고 단풍이 빼어날 때도 찾지 못했다.
이번 여행길에도 당연히 단풍도 축제도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단양에서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은 온달산성의 초가을 풍경이다. 초가을 온달산성에 올랐을 때의 경이로움과 가판에 나온 할머니들이 파는 무좀 등 피부에 좋다는 두꺼비 기름으로 만들었다는 연고가 기억 속에 뱅글뱅글 돌 뿐이다.
온달관광지는 아직 제철을 맞지 않아서인지 한적하다 못해 썰렁하기 그지없다. 입구의 가판 할머니들조차 장사가 시원찮은지 두 사람만 전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할머니는 친절하게도 밤이며, 호두를 까주면서 물건을 팔아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초록색이 도는 찰진 국산 조 한 됫박, 서리태 검정콩 반 됫박, 푸른빛이 그대로 남아 있는 취나물을 구입했다. 어느 해부터인지, 지방에 가면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게 됐다.

연개소문 세트장

관광지 한 편에는 공사가 한창이다. 수해로 인한 복구 작업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연개소문 세트장을 만들 예정이란다. 드라마, 영화세트장이 식상해지기 시작한 것도 얼마 전부터다. 처음에 신기롭던 것도 그 숫자가 많아지면서, 이내 관심 시들해지고, 차라리 이제는 그만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갖게 한다. 비슷비슷한 날림 형태의 건축물들이 이제 신기롭지 않고, 자꾸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하튼, 건축공사장을 헤집고 성산(427m, 단양군 영춘면 하리)의 중턱에 있는 온달산성을 오른다. 처음 쉽게 생각하면서 올랐던 산성은 거리는 짧았지만 경사도가 높아 만만치 않은 길이었다. 이번 여행길에서는 서두름 없이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다. 산이라는 것은 시간만 많다면 쉬엄쉬엄 가면 그다지 힘겹지 않다. 한없이 올라가야 하는 경사도 심한 길에다가 가뭄 탓인지 흙먼지가 일고, 한 무더기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와 먼지가 더 풀썩거리지만 가을 하늘은 유난히 청명하다.

산성에서 보는 남한강의 장관

중간의 전망대를 지나고 20여분 정도 올랐을까? 성곽이 모습을 드러낸다. 온달산성은 삼국시대의 성곽(사적 제264호)으로 둘레는 682m다. 석회암과 사암으로 쌓은 석축산성으로서, 성벽이 산의 정상 부근부터 북쪽을 향해 형성된 경사면의 윗부분에 둘려 있는 테뫼식 산성이다.
성문은 남문, 동문, 북문의 3군데가 확인되고 있으며 물을 내보내는 수구도 눈에 띈다. 성안으로 들어가 우선 성곽위로 오른다. 이곳이 좋은 점은 바로 이 성곽에서 바라보는 발밑 풍광이다. 남한강이 휘돌아 나서고 첩첩 산들이 켜켜이 빙 둘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이 시원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이곳에 오르는 것이다.
성안에는 예전처럼 잡풀은 많지 않고 사람이 피신해 왔을 때 필요했을 우물터도 발견할 수 없다. 성곽을 따라 걷는데, 아이를 동반한 아주머니를 만난다. 그녀는 어린이들에게 테마여행지를 안내하고 있다고 했으며 온달과 평강공주에 대해 장황히 설명해준다.
충북지역에는 온달과 평강공주에 대한 과장된(?) 이야기가 많은데, 이곳 산성 또한 온달장군과 여동생이 성을 하루아침에 쌓았다고 한다.
성산 지하에 있는 온달동굴은 온달이 무예를 연마했던 수련장이었다 한다. 어쨌든 이 온달산성은 영토확장 경쟁이 치열했던 삼국시대에 한강을 차지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고구려와 신라 사이에 영유권을 둘러싸고 전투가 치열 했던 곳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안에서 삼국시대의 유물이 출토 됐다.

온달장군의 수행지 = 온달동굴

산성을 내려와 온달장군이 수행했다고 전해오는 온달동굴을 찾는다. 남굴 이라고도 하며 길이 700m의 석회암 동굴로 다채로운 종유석과 석순이 있어 천연기념물 제261로 지정돼 있는데, 무릎을 꿇고 들어가야 할 정도인 지점도 만난다. 이래저래, 가을에 한번쯤 찾아볼만한 온달 국민관광지다.

■자가운전 : 서울-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 이용-북단양IC-도담삼봉 못 미쳐 석회공장쪽으로 들어가 한참 달리다 보면 가곡 면을 잇는 다리를 만난다. 길을 건너면 단양읍내에서 들어오는 59번 국도와 만난다. 이 길을 따라 가다 향산에서 우측 길로 접어들면 초입에 온달 국민관광지다.
■별미집과 숙박 : 가는 길목인 가곡 면에는 동자개매운탕으로 소문난 포장마차(043-422-8065)가 있다. 온달 국민관광지에는 복천가든(043-423-7206), 동춘식당(043-423-9220)이 있다. 남천계곡 가는 길에 아주 운치 있는 전원카페 성골촌(043-423-5535)도 좋다. 황토민박동이 따로 있다. 숙박은 단양 대명콘도(043-420-8311)를 비롯해 단양관광호텔(043-423-4231)이나 여관을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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