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산업은 관광산업과 함께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린다. 성공만 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다. 돈을 버는 광맥인 것이다. 그만큼 부가가치가 높다는 얘기다. 멍석만 깔아 놓으면 찾아와 돈을 쓴다. 황금알을 주워담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전시산업 육성에 혈안이 돼 있다시피 하다.
전시산업으로 성공한 나라는 대부분 유럽에 있다.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은 자타가 공인하는 전시회의 나라다. 면적기준으로 세계 1위부터 5위까지가 이들 지역에 몰려 있다.
독일의 하노버 전시장 면적은 46만6천㎡로 전세계 전시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장이 37만5천㎡로 2위,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전시장이 29만2천㎡로 3위, 쾰른 전시장이 22만6천㎡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파리엑스포전시장, 독일의 뒤셀도르프전시장, 미국의 시카고전시장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전시공간 태부족
핵심은 이들 전시장이 국가경제에 어마어마하게 이바지한다는 점이다. 실례로 이탈리아 밀라노 전시장에서 매년 열리는 밀라노가구박람회를 보자. 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은 1주일간의 밀라노가구박람회를 통해 1년치 생산량을 수주하고 있다. 이탈리아 가구산업은 3천8백여개에 이르는 영세업체들의 집합체다. 이중 92%가 종업원이 10∼20명에 불과하다. 이런 업체들이 분업과 협업을 통해 연간 1백10억달러 이상의 수출을 일궈내고 있다. 이는 2∼4위 국가인 독일, 중국, 스페인 수출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자그마치 한국의 50배에 이른다. 이처럼 제대로 된 전시장을 갖추고 성공적인 전시회를 열기만 한다면 엄청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전시산업의 특징이다.

여의도부지 활용 바람직
그렇다면 한국의 전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국내에서 가장 크다는 코엑스가 3만6천㎡에 불과하다. 코엑스를 포함한 부산의 벡스코, 서울농업무역센터 등 전국의 5개 전시장을 합해봐야 9만2천㎡ 수준이다. 이는 세계 10위인 네덜란드 유레히트 전시장(18만1천㎡)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들이 수출에 나서면서 가장 뼈저리게 겪는 아픔이 국내 전시산업의 후진성이다. 세계적인 전시회가 드물뿐만 아니라 전시장을 잡기도 힘들다. 특히 서울에서 원하는 시기에 전시를 하려면 적어도 1∼2년 전에는 기획을 해야 한다. 그나마 전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의 형편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국제적인 전시인증기관인 UFI 인증을 받은 국제전시회를 그동안 단 한 건도 주최하지 못했을 정도로 열악하다.
황금알을 주워 담을 수 있는 세계적인 시설과 규모를 갖춘 종합전시장건립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인들은 서울 여의도에 번듯한 종합전시장과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겠다며 기협중앙회를 중심으로 뭉쳐 뛰고 있다. 지상 30∼35층 규모의 건물 3개동을 짓고 중소기업을 위한 종합서비스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협은 전시장건립팀까지 발족하고 땅 소유주인 서울시를 상대로 여의도전시장 부지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6월말까지 여의도전시장 부지를 매각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서울시는 부지매각에 앞서 여의도전시장 부지가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 중소기업인들도 여의도전시장 부지에 세계적인 전시장이 건립되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 계 주(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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