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습한 대기는 끈적거리게 해 일상은 늘 상쾌한 기분을 상상할 수도 없다. 덥고, 습한, 질펀한 여름이 될 때서야 연꽃이 피어난다. 마치 습한 대기 속을 맑게 정화해주기 위해 그렇게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듯하다. 우산을 챙겨들고 가볍게 떠나 연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양수리 부근이다. 양수리 강변에도 꽃이 피지만 세미원이라는 인공정원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연꽃의 은은한 향이 습한 대기 속으로 번지면 잠시 동안은 기분 나쁜 일기도 잊어버릴 수 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이룬 팔당호가 앞쪽 지척에서 넘실거리는 아름다운 마을이 양수리다. 정약용 유적지, 두물머리 등 볼거리고 많고 그 모습이 아름다워 사철 많은 사람이 찾아든다. 특히 이곳은 연꽃이 피어나는 한여름이 좋다. 양수리 주변 강변에는 7월 중 하순부터 흐드러지게 연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어린이 키보다 더 큰 연잎 사이로 하나 둘 홍련이 얼굴이 내비칠 때면 으레 많은 사진가와 관광객들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양수리 강변에 자생하는 연꽃 이외에도 또 하나 볼거리가 올해 생겨났다. 바로 세미원(031-775-1834, 양서면 용담리 양서문화체육공원 내)이다. 두어 해전부터 공원을 만들어 놓긴 했지만 그다지 눈길을 잡아끌지 못하다가 올해서야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세미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일간지 기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몇 해 전, 단 한번 얼굴을 스쳤는데, 카메라를 들고 설쳐대는 모습을 보고 내 이름을 기억해 낸 듯하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우연히 만난다는 것은 그와의 친밀도를 떠나서 반가운 일이다.
그와 함께 우리문화가꾸기의 이훈석 이사와 인사를 나누었고, 그가 인근 종합촬영소에서 연꽃과 수련 전시회를 기획을 맡았다는 것도 알게 된다. 당시 종합촬영소의 수중식물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차근차근 깊숙하게 취재하는 기자 뒤를 쫓아다니며 귀동냥을 얻는다.
세미원(洗美園)이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觀水洗心, 觀花洗心)의 옛말을 응용해서 만들어낸 이름이다. 단지 연꽃을 감상하기 이전에 한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자는 상징적인 의미를 붙인 이곳은 한강 물을 연꽃, 수련 등으로 맑게 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보도블록도 ‘마음을 빨아내자’라는 의미로 빨래판 모형으로 만들었고 한강청정기원제단엔 숨 쉬는 항아리에 물을 담아 하늘 높이 솟게 했다. 설명을 들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저 정원을 요모조모로 잘 꾸며 놓았구나 할 정도에 그쳤을 것이다.
그다지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정원은 강을 사이에 두고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이런저런 깊은 이야기를 차체하고도 나름대로 볼거리가 많은 정원이다. 앞서 말한 대로 세심교, 한강청정기원제단, 유상곡수, 수표 분수, 풍기대, 자성문, 관란대, 정병 분수, 토기탑 등등. 여러 조형물이 공원에 흩어져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름다운 꽃들뿐이다. 용담대교가 머리 위에 걸쳐 있는데, 이 아름다운 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 차들은 휙휙 지나치고 있다.
그래도 어찌 알았는지 구경꾼들은 많다. 모두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들고 연꽃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장소를 이동해 두물머리 느티나무 쪽으로 가보니 온실이 있다. 온실 안에는 교육적인 측면을 강조해 고려시대 이규보 선생이 직접 설계한 사륜정 수레나, 창덕궁에 있던 18세기 궁중 온실인 ‘정조시대 온실’, 세종시대 온실 등을 복원해 두었고 겸재 금강산도 분재도 있다. 누군가 설명 없으면 그저 온실 안을 치장해두었거니 하겠지만, 설명을 들어보니 의미가 깊다. 특히 눈길이 가는 곳은 석창포 재배 수로 및 유상곡수. 온실 안에 작은 수로를 만들어 석창포를 심고, 그 물줄기에 찻잔을 띄워 다도체험을 하고 시낭송 등 풍류를 읊는다는 것이다. 물을 맑게 한다는 석창포는 선비들이 좋아해 일명 ‘선비식물’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야외에도 어김없이 연꽃단지를 만들어 냈다. 온실에서 피워 낸 꽃이라 아직은 많은 꽃이 개화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대로 된 연꽃단지로 착생될 것이다.
이곳은 올해 처음 개원하면서 7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공원을 개방할 예정이다. 입장료 5천 원을 내면 양평에서 생산된 쌀 한 봉지를 내어주고, 입장객들도 20명을 단위로 받을 예정이다. 일일이 설명해주고, 그림을 그리게 이젤을 빌려주기도 하며, 개울에 앉아 다도체험 등, 다양한 체험거리도 마련돼 있다. 그저 보고 즐기는 곳이 아닌 머릿속까지 맑게, 개운하게 해주겠다는 우리문화가꾸기의 이훈석 이사의 자연 친화적인 발상이 돋보인다.
■자가 운전= 서울에서 양평으로 난 6번 국도 이용. 용담대교를 건너서 양수리 팻말 따라 들어가면 길 왼편에 체육공원 주차장이 있다.
■별미집과 숙박= 양수리는 강변을 사이에 두고 45번 국도와 363지방도로로 나뉘는데, 양 갈래로 무수한 카페 촌과 맛집이 이어진다. 각자의 취향에 맞추는 것이 좋고, 도시락을 준비해가서 벤치에 앉아 먹어도 즐거운 소풍이 될 듯하다.
■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느티나무, 운길산 수종사, 서울종합촬영소, 다산 유적지, 들꽃 수목원(031-772-1800, www.nemunimo.co.kr) 등등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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